“스읍!”
곳곳에서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와 함께 당황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외마디 탄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고 현장에 있던 여자 제자들은 일제히 눈을 감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탁재환이라는 작자는 손재주 하나는 기막혔다. 단 세 번 손이 오가더니 당당한 신염산의 도련님 김치형을 그대로 홀딱 벗겨버린 것이다.
그 뒤로는 덩치 큰 조상민과 진흑웅 두 사내가 어디서 구해왔는지도 모를 질긴 덩굴줄기를 들고 와 김치형의 손발을 단단히 묶었다. 그러고는 그를 마치 도축 직전의 새끼 양처럼 고목나무 가지에 거꾸로 매달아 버렸다.
김치형의 머리 위로는 눈이 부신 햇살이 쏟아졌고 그는 온몸에 피멍이 번져 잘 익은 과일처럼 반들반들했으며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흔들렸다.
시원한 바람이 스치자 아래쪽에서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찬 기운이 몰려왔다. 주변의 수많은 시선이 빽빽하게 꽂혔고 여자들 사이에서는 웃음소리와 탄성이 오갔다.
김치형은 뭔가가 머리끝까지 확 치솟는 느낌에 온몸이 불처럼 달아올랐고 그야말로 땅이라도 갈라졌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
육체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건 그냥 영혼의 공개처형이었으며 ‘사회적 사망’ 그 자체였다.
그는 눈가가 벌겋게 부어올랐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이 X새끼들아, 얼른 날 내려놔!”
“이 불량배들! 비열한 놈들! 저열한 쓰레기들!”
김치형은 눈을 치켜떴고 미친 듯이 발버둥쳤다. 그는 신염산에서도 손꼽히는 절세 천재였고 거기다 신염산의 도련님이라 지체 높고 혈통 고귀한 자였다.
그런 그가 이 시골 촌놈들에게 이렇게 벌거벗은 상태로 거꾸로 매달려 조롱당하다니? 죽는 것보다 더 치욕스러운 모욕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것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하.”
모든 사태의 장본인인 탁재환은 팔짱을 끼고 유유히 나무 아래로 걸어와 고개를 젖혀 자신이 만든 ‘작품’을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오, 이거 봐라? 몸이 꽤 탄탄하구먼?”
그는 뻔뻔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내 이름은 X새끼가 아니거든. 형님이라고 불러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