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29장

외부 세계의 소란, 동료들의 조급함,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그 어떤 것도 이천후의 마음을 흔들 수는 없었다. 그의 눈빛은 만고의 한겨울 심연처럼 고요하고 무한한 성운처럼 깊고 넓었다. 설령 이 순간 태산이 눈앞에서 무너지고 은하수가 천공을 향해 거꾸로 쏟아진다 해도 그의 안색은 털끝만큼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이 헤아릴 수 없는 침착함과 깊은 내면이야말로 그가 황촌을 이끄는 오늘의 반석이자 근간이었다. 그런 그가 온 무리가 초조함에 사로잡힌 그 와중에 느닷없이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고는 호흡을 수렴한 채 명상에 들어가 버렸다. 심지어 기를 내리며 본격적인 수련에 돌입한 것이었다. “이건 진짜 말도 안 돼!” 십진계는 자신보다 몇 곱절은 커 보이는 긴 창을 품에 안고 분노 섞인 발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며 불평을 쏟아냈다. “나처럼 강단 있는 닭도 이렇게 발끈하고 있는데 이장이란 양반은 웅크리고 도 닦고 앉았어? 이게 말이 되냐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진짜 우리 외삼촌 이모부가 이 꼴 봤으면 기절하셨겠다!” “시끄러운 잡닭아, 입 닥쳐.” 연유리는 도도하게 눈썹을 치켜세우고 그녀의 고운 눈동자에선 눈빛보다 더 날카로운 분노가 번뜩였다. “이천후 이장님의 행보에는 언제나 깊은 뜻이 있어. 너 같은 깃털 뭉치가 감히 떠들 자격이나 있어?” “뭐야, 이년이 지금!” 십진계는 휘둥그레한 녹두 눈을 번뜩이며 손에 든 긴 창을 번개같이 수평으로 휘둘렀다. 그 뾰족한 창끝은 실제로 연유리의 뽀얀 얼굴을 향해 미세하게 떨리며 겨눠졌다. “한 번만 더 까불어 봐! 그 얼굴에 구멍 서너 개는 내주고 예쁜 얼굴 망가지는 맛이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퉤! 가소로운 작자 같으니라고!” 연유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오히려 입꼬리를 비웃듯 올리며 혐오와 조소가 뒤섞인 미소로 응수했다. “허세나 부릴 줄 아는 촌닭 주제에 뭐라는 거야. 네 전투력이 바닥이라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어. 그 쥐꼬리만 한 창을 들고 날 겁먹게 할 수 있을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