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4장

준회의 목소리엔 그 어떤 동요도 없었고 오히려 전보다 훨씬 더 차갑고 냉정했다. 그는 불꽃이라도 튀어 나올 듯한 미혜의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한 자 한 자 무겁게 말했다. “천마의 진짜 의도와 전력을 완전히 파악하기 전까지 저희 연맹의 주력은 절대로 움직여선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경솔하게 움직였다간 되돌릴 수 없는 전멸을 초래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천후에 대한 경계는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자의 위협은 천마에 절대 뒤지지 않으니까요.” “아니...” “말도 안 돼요!” “헛소리도 정도껏 해요!” 적산과 천극해를 비롯한 세력의 고대 천교 출신들은 일제히 격노했다. 그들은 마족과 별다른 관계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만계의 다른 모든 종족들과 마찬가지로 천마를 증오하고 있었다. 과거 천마의 침공 당시 그들 역시 피비린내 나는 학살을 겪은 바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로 전역을 둘러봐도 천마에게 호의나 친연성을 지닌 세력은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하다. 심지어 천마 혈통이 흐른다고 알려진 흑마산이나 만마곡 같은 곳조차 수천 년간의 융합과 혼혈을 거치며 이미 그 피는 희석됐고 천마의 ‘모혈족’이라는 정체성에 대해선 아무런 귀속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들은 이 대천세계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었고 그들의 뿌리는 분명히 이곳에 있었다. 물론 어디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이 두 세력 내부에도 소수이긴 하나 극단적 사상을 추종하는 혈통 광신자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자신이야말로 순혈의 천마 후예라 믿었고 내면 깊은 곳에서 왜곡된 정복욕천계를 짓밟고 만계 생령을 굴복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불태우고 있었다. 이들이 바로 얼마 전 연맹 내부에서 벌어진 천마 전장 봉인을 해제하고 역외 천마를 불러들이자고 한 광기 어린 소동의 주동자들이었다. 다행히 그 말도 안 되는 음모는 더 거센 반대 여론에 눌려 겨우 무산되었고 유야무야로 막을 내렸다. “전략가님!” 이번엔 적산 성자가 두 눈에 불을 이글거리며 외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형제들이 용문 보물 광맥에서 천마에게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