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마련은 지금 진흙늪의 가장 깊숙한 핵심부 위에 떠 있었다. 거대한 연꽃의 몸체는 서서히 회전하고 있었고 그 커다란 잎 하나하나먹물을 들인 듯한 검은 연판마다끈적거리는 마기를 뿜어내며 만고를 억누르는 공포의 위압을 세상 가득 퍼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 진흙은 마치 보이지 않는 힘에 밀려난 듯 비워져 있었고 그 결과 중심부에는 하나의 거대한 진공 지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하... 세상에. 저게 바로 천마의 절대 보물 조화마련입니다!”
서라차 마왕은 그 연꽃을 보는 순간 마체가 강하게 떨렸다. 그의 암녹색 눈동자에는 뼛속까지 스며든 공포가 선명하게 어렸다.
“이제 끝났습니다. 조화마련이 세상에 드러나다니... 저 뒤엔 틀림없이 마군급 존재가 숨어 있습니다! 녀석들의 목적은 단순한 소란이 아니라 이곳 마계점을 완전히 돌파해 진정한 멸세의 마군을 끌어들이려는 것입니다!”
이천후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되었다. 그는 조화마련 아래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진흙이 밀려나고 드러난 늪 바닥에는 그가 예상했던 암반이나 대지맥 따위는 없었고 대신 혼미한 일곱 빛깔의 꿈결 같은 빛을 내뿜는 거대한 광막이 눈을 사로잡았다.
그 광막은 마치 거꾸로 엎은 유리 그릇처럼 완전히 둥근 형태였고 표면에는 찬란한 빛이 물결처럼 넘실댔다. 수없이 촘촘하게 새겨진 고대의 룬들이 광막 위를 끊임없이 흐르며 복잡하고 심오한 공간의 법칙을 엮어낸 채로 단단하게 잠겨 있었다.
그 광막 안쪽 그 너머에는 형언할 수 없는 혼돈과 뒤틀림, 기괴한 색채와 차원의 찢김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명백히이 세계와는 다른 무한히 광폭한 또 다른 차원으로 연결된 문이었다. 단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혼은 찢겨나갈 듯한 고통과 공포가 밀려들었다.
“주인님, 저 일곱 빛의 광막이 보이십니까?”
서라차의 목소리는 메마르고 건조했으며 그 안에 짙은 무력감이 묻어 있었다.
“저것이 바로 마계점 그 자체의 공간 장벽이 드러난 실체입니다. 고대의 대능자 혹은 천지의 법칙이 직접 설정한 최후의 봉인이지요!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