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존재는 눈부신 유광의 은색 전투복을 입고 머리에는 고풍스럽고 어두운 금빛 왕관을 쓴 청년이었다. 외형은 인간과 흡사했지만 그가 허공 위에 발을 내딛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웅대한 위압이 산사태와 해일처럼 퍼져나갔다.
그의 몸을 감도는 기세는 깊은 심연과도 같고 하늘 끝의 거산처럼 압도적이었다. 마치 태초부터 존재해온 거대한 신령의 산이 세상 위에 갑작스레 강림한 것처럼 무게감 넘치는 기운이 주변 수십 리의 마기를 강제로 멈춰 세우고 일그러뜨렸다.
공간조차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늘게 비명을 질렀고 그는 단지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바라보는 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시천마군이에요! 신화경 중기의 수련자입니다!”
서라차 마왕의 동공이 순식간에 수축하며 터져나온 외침은 믿을 수 없다는 공포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역시도 이 시점에 마군이 직접 모습을 드러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시천마군의 움직임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그의 표정은 만년 현빙처럼 냉엄했고 깊은 눈빛 속엔 일말의 감정조차 없었다. 마치 세상 모든 것이 그의 계획 아래 놓여 있다는 듯 절대적인 자신감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는 넓은 검은색 소매를 천천히 마치 사소한 먼지를 털듯 휘둘렀다. 하지만 그 단순한 동작 하나에 산을 가르고 바다를 뒤엎는 것과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공력이 담겨 있었다.
쾅.
이때 묵직한 폭음이 죽음처럼 정적이 흐르던 공간을 갈라놓았다. 그와 동시에 숨 막힐 듯 거대한 칠흑빛 제단이 마치 구지옥의 심연에서 강제로 끌려 올라온 것처럼 피와 살이 엉긴 진창 한가운데 우뚝 솟구쳐 올랐다.
그 제단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두운 마골로 층층이 쌓여 있었고 표면은 셀 수 없이 많은 비틀리고 꿈틀대는 고대의 마문으로 새겨져 있었다. 이 마문들이 이윽고 살아 움직이듯 붉은빛으로 번쩍이며 깨어났고 수만 갈래의 눈을 멀게 할 듯한 선혈빛 섬광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빛은 마치 진득한 혈장처럼 끈적했으며 코를 찌르는 역겨운 달콤함을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