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후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손에서 맺히는 마인의 인계가 번갯불처럼 급변했고 전신을 감싸고 있던 마염은 거의 그의 정혈을 탈수하듯 빨아들이며 더욱 광폭한 암흑의 폭류로 변해 제단을 향해 미친 듯이 쏟아져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그의 뒤편에 선 다섯 명의 존귀한 대마왕들이 일제히 천지를 진동시키는 마족의 포효를 내질렀고 그들의 지휘 아래 하늘을 덮을 듯한 천마 대군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창공을 가로지르는 초월급 마진을 펼쳤다.
“만마육천진, 발동!”
오십만 천마의 절규가 하나로 모이자 그것은 곧 세상을 삼켜버릴 듯한 파멸의 홍수로 화했다. 무한히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마진에 의해 강제로 추출되고 응축되었으며 마침내 산맥처럼 굵직한 멸세의 마광으로 형태를 드러냈다.
그 마광은 그 자체가 세상의 종언을 고하는 심판의 창이었다. 제단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마사 조각상의 피빛 거대 꼬리채찍이 끊임없이 휘둘러지는 가운데 이 모든 파괴의 흐름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리하여 멈추지 않는 멸세의 폭풍이 완성되었다.
쿵. 쿵. 쿵. 쿵...
칠색 광막은 이 모든 멸망의 힘이 향하는 유일한 표적이었다.
천장을 넘는 붉은 뱀의 꼬리가 피의 천둥처럼 날뛰었고 수만의 마광은 흑색 유성우가 되어 떨어졌다. 격렬한 폭발이 이어지며 마연 전체가 백주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졌고 모든 소리를 삼켜버릴 정도의 파괴의 굉음이 온 하늘을 뒤덮었다.
공간은 비명을 지르고 대지는 붕괴하며 침식되었으며 시간조차 이 광란의 폭격 속에서는 의미를 잃은 듯 흘러가지 않았다.
그 한순간은 마치 천 년처럼 느리게 흘렀고 이천후와 서라차는 자유신장의 공간에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마치 곧 부서질 계란껍질 안에 있는 듯한 불안과 공포 속에서 바깥의 모든 생명을 씻어내릴 광기의 에너지를 전신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무려 반 시간에 걸친 멈추지 않는 파괴의 연타가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칠색 광막이 미세하게 진동했고 그 찬란했던 빛이 아주 약간 어두워졌다.
“움직였어! 광막이 흔들렸어!”
눈이 빠른 한 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