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9장

“시천마군!” 이천후는 거칠게 요동치는 가슴속 격류를 억누르며 천둥같이 외쳤다. “세 개의 마진은 이미 무너졌는데 이제 네게 남은 수가 또 있어? 오늘 이 자리에서 네 죄업을 끝장 보자!” 그러나 이천후의 날 선 기세에도 불구하고 시천마군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는 낮고 섬뜩한 웃음을 흘렸다. “하하... 꼬맹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네 몸에 깃든 기연과 조화는 본좌조차 탐날 정도다. 전장에서 돌파하고 두 강기를 응축하다니, 넌 확실히 본좌의 예측을 뛰어넘었어.” 그는 느릿하게 손을 들어올렸고 마수의 끝에서 흑백이 교차하는 기묘한 강기가 소용돌이치고 있었으며 그의 목소리는 점점 냉랭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우물 안의 개구리는 결국 우물 안에서 죽기 마련이지! 너는 그저 세 개의 조잡한 진법을 겨우 무너뜨렸을 뿐이다! 본좌 앞에서 함부로 칼날을 휘두르려 하다니, 과연 어디까지가 네 한계인지 알기나 하느냐? 본좌의 수단이 네 눈에 보일 것 같으냐!”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지와 하늘 사이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웅... 이천후가 산산조각 낸 마진의 잔해들이 그 순간 마치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은 듯 요동쳤다. 지금껏 무의미하게 흩어져 있던 에너지의 파편들이 마치 둥지로 돌아오는 수억 마리의 마벌떼처럼 시천마군의 무상한 마념에 이끌려 육안으로는 감지조차 어려운 속도로 미친 듯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그 잔해 속 강기의 가느다란 실오라기 하나하나가 마치 독립된 의식을 가진 존재처럼 섬뜩한 속삭임을 내뿜었고 마치 고대 마신이 귓가에 직접 속삭이는 저주처럼 듣는 이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찰나의 순간 이천후를 중심으로 한 허공에 이전의 세 마진을 합쳐도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하고 정교하며 공포스러운 마진이 형성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에너지 봉쇄가 아니었다. 억만 개의 생명 가진 마강의 개체들이 하나로 엮여 만들어낸 지옥의 감옥이자 살아있는 마신의 심장과도 같은 괴물진이었다. 진 안에는 무수한 마영들이 떠올랐고 각기 다른 형태를 지닌 이 마영들은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