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0장

“하지만!” 금빛 새끼 사자는 말투를 바꾸며 진동하는 공허 너머에서 기세가 눈에 띄게 흐트러진 시천마군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이 대형은 그 진짜 금기의 진법과는 비교도 안 되는 조잡한 모조품일 뿐이야! 겉모습은 흉내 냈을지 몰라도 진정한 신의를 담지 못했지. 저 마두는 이미 중상을 입었고 마원은 말라붙었어.” “무리해서 이 대진을 유지하고 있는 게 고작이니, 오래 버틸 수 없을 거야. 이천후, 이를 악물고 버텨! 저놈이 기운이 다해 꺼지기만 하면 이 진법은 스스로 붕괴할 거야! 우린 싸우지 않고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어!” “버... 버티라고?” 이천후는 이를 악물어 피가 배어 나올 지경이었다. 문제는 그가 버티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금 이 만마반산대진의 위력이 그의 육체 한계를 완전히 넘어서 있다는 데 있었다. 진 내부에서는 억만 마영들의 호흡이 더욱 무겁고 정밀하게 일치해가고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천지의 무게가 그의 척추에 고스란히 얹히는 듯했고 내쉴 때마다 뿜어내는 진득한 흑색 마강은 생명력을 부패시키는 귀허의 독기로 응축되어 그의 호신광채를 미친 듯이 갉아먹고 있었다. 크직. 크지지직... 섬뜩할 정도로 생생한 파열음이 그의 몸속 깊은 곳에서 마치 폭죽처럼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영겁의 시간 속에서 단련된 그의 금신은 더 이상 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금이 가며 부서져가고 있었다. 생명력과 용기, 그리고 칠채룡강과 목황의 생기를 담은 강철 같은 뼈조차도 실금이 번지며 당장이라도 와르르 부서질 듯한 위태로움을 드러냈다. 이천후 전신의 모공마다선 진득한 금홍색 혈무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온몸의 혈액이 그 틈도 없는 마진의 압력에 의해 강제로 짜내지고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의 두 눈, 두 귀, 콧구멍, 입 안에서는 피가 폭포처럼 흘러내렸고 단단한 치아 사이에서도 붉은 핏물이 스며 나왔다. 시야는 피로 번지고 귓속에서는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마영들의 울부짖음이 섞인 기괴한 소음이 맴돌았으며 입과 코에는 핏비린내와 마살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