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71장

이것이 바로 ‘만마반산대진’의 위력이란 말인가. 그 누구보다도 이 진법의 무서움을 꿰뚫고 있는 자는 바로 그 주인이자 창시자인 시천마군이었다. 전성기였던 신화경 수련자라도 이 진법에 갇히는 순간 세 호흡을 넘기지 못하고 산산조각으로 으깨져 죽는다. 그것이 진실이자 상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눈앞의 존재는 무엇인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기괴할 정도로 피비린내를 풍기며 숨결조차 위태로운 그 인간 남자, 신화경에는 훨씬 못 미치는 기세임에도 불구하고 이 만마반산대진을 무려 일 분 이상이나 버텼다니. 그건 단순한 생명력이나 끈질김의 차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늘에 맞서는 역천의 기운이었다. “하, 시천마군. 너도 곧 끝이네?” 이천후의 목소리는 마치 깨진 쇳덩이처럼 쉰소리를 냈고 그 입과 코에서는 짙고 끈적한 피가 흐르며 쏟아졌다. 그러나 피로 얼룩진 그의 얼굴은 오히려 광기 어린 웃음을 띄웠다. “걱정하지 마. 네가 무너지기 전에 내가 반드시 손수 보내줄 테니까...” “시끄럽다.” 시천마군의 목소리는 마치 구천지지 깊은 곳 지옥의 틈새에서 짜내듯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목소리 끝에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감출 수 없는 미세한 쇠약함이 배어 있었다.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도 모르는 미물 같은 놈, 본좌가 널 어찌 못 할 줄 아느냐?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그는 고개를 번쩍 들어올리며 광폭한 마기의 섬광을 터뜨렸고 그의 마안에서 터져 나오는 살의가 일순 대기를 휘감으며 터져 나왔다. “넌 지금 당장 죽을 거야! 선양성수, 나타나라!” 말이 끝나자마자 시천마군은 마른 가지처럼 뻗은 팔을 번개처럼 치켜올렸다. 그 너덜너덜한 소매 끝이 마치 이차원의 문을 열듯 벌어지며 그 안에서 검은 광채가 한 줄기 섬광처럼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 빛은 이천후를 직접 향한 것이 아니었고 그의 앞 허공에 정지하며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떠올랐다. 그 빛이 가시성을 얻자 그 안에서 하나의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이상한 모양의 보리였다. 칠흑 같은 그 그릇은 금속도 아니고 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