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더 이상 사치라 부를 수 없었다. 그저 단 한 번, 단 하나의 일격으로 이천후를 반드시 죽이기 위해 시천마군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광기 어린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그에게는 이제 어떤 후회도 물러설 길도 없었다.
“죽어라!”
그의 목소리는 피와 증오가 뒤섞인 짐승의 울부짖음과도 같았다. 과도한 힘의 추출로 인해 그의 마신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당장이라도 산산이 부서질 듯이 뒤틀리고 있었다.
시천마군은 마치 썩은 가지 같은 손을 허공에 힘껏 내질렀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그 칠흑의 보리에서 검은 광채가 폭발하듯 터졌다. 공간의 장벽 따위는 무시한 채 그 보리는 눈 깜짝할 사이 만마반산대진의 핵심부로 순간이동하듯 날아가더니 곧장 이천후의 머리 위에 정확히 정지했다.
웅...
보리 그릇이 살짝 기울어진 순간 하늘을 불태우고 바다를 끓일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진 선양성수가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폭포처럼 이천후의 정수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단 한 방울의 선양성수만으로도 무상신단의 핵심 약재가 될 수 있고 최고의 신기를 완성시키는 최후의 한 획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시천마군은 오직 이천후 하나를 죽이기 위해 그 엄청난 성수를 그야말로 붓고 있었다.
이 광경을 만일 어떤 성인이 본다면 피가 거꾸로 솟고 세존이 진노하며 속이 뒤틀릴 정도의 아까움에 가슴을 치고 통곡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도달한 것은 파괴적인 순양의 열파였다. 공기가 눈 깜짝할 사이 증발하고 공간 자체가 비틀리며 녹아내렸다. 이천후가 딛고 있던 지면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붉은 액체로 녹아들었고 이내 그것조차 기화하여 허무로 사라져버렸다.
이 선양성수에 담긴 순양의 기운은 말 그대로 폭압 그 자체였다. 성대경의 왕급 존재라도 이 액체에 닿는 순간 육신은 물론 혼까지 녹아 완전히 소멸될 것이다. 하물며 이천후는 고작 부대경의 수련자에 불과했다.
이건 단순한 죽음을 넘어서 육신과 영혼, 생명과 기억까지 전부 말소되는 완전한 멸절이었다. 윤회조차 허락되지 않는 진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