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쏴아아...
선양성수 한 방울 또 한 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마치 강력한 생장 촉진제를 주입한 듯 그 여린 새싹은 눈으로 보일 만큼 빠르게 팽창하고 펼쳐져 갔다.
하나둘 부드럽고 아직은 미숙해 보이는 잎사귀들이 천천히 열리며 그 형체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 연약함 속에는 무한한 도운이 깃들어 있었고 잎맥마다 우주의 이치가 자연스레 각인된 듯한 섬세하고도 신묘한 문양이 빛나고 있었다.
동시에 파편 아래쪽에서는 수없이 가느다랗고 섬세하되 마치 신금처럼 단단한 뿌리들이 탐욕스럽게 성수 속의 지극한 양기를 빨아들이며 광포하게 아래로 뻗어나갔다.
그것은 더 이상 죽은 조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 천지개벽의 힘을 품은 세계수의 새싹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뭐야?”
만마반산대진 외곽, 진을 지켜보던 시천마군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잔혹한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의 마안은 크게 부릅떠진 채 진 중심부에서 요동치는 성수의 물결을 뚫어지게 응시했고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서 극심한 불안이 솟구쳤다.
분명히 적이 성수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장면을 기대했건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성수가 일으킨 파괴적 기운보다도 더욱 크고 더욱 압도적인 생명의 기세가, 그것도 그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속도로 그 중심부에서 폭발하듯 퍼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그를 오금 저리게 만든 것은 그 안에 분명히 말살됐어야 할 이천후의 기운이 소멸은커녕 오히려 성수의 열풍을 뚫고 치솟아 오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기세는 전보다도 훨씬 강하고 훨씬 폭압적이었고 마치 사방을 불태우는 대화염처럼 주변을 집어삼키며 무섭게 확산되고 있었다.
마치 한 마리 미천한 개미가 자신이 준비한 파멸의 독약을 오히려 삼켜버리고 용으로 변해 날아오르려는 순간을 보는 듯한 감각이었다.
“안 돼. 이건 말도 안 돼!”
시천마군은 마침내 분노와 공포가 섞인 절규를 터뜨렸다.
그의 마신같은 육체는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서 절망적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그가 전력을 다해 준비하고 상대를 반드시 죽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