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생명이 다할 지경이던 살천마군은 극도의 분노가 심장을 덮치면서 더 이상 체내의 상처와 마진의 반작용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는 결국 입을 벌려 칠흑처럼 짙고 끈적이는 마혈을 한꺼번에 뿜어내고 말았다.
그의 기운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간신히 유지하던 만마반산대진의 마지막 마력조차 흩어지기 시작했다.
진법은 파동처럼 일렁이며 빛을 잃었고 그 안을 메운 무수한 마영들이 비통한 울부짖음을 토해내며 허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진법의 핵심에서 이천후는 외부 진영의 이완과 살천마군의 절망 어린 비명을 또렷이 감지했고 그의 입꼬리는 싸늘한 곡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더 이상 주저할 것도 없이 그는 곧장 자리에 앉아 다리를 포개고 오장을 하늘로 향하게 했다.
그의 정수리 위 세 치 남짓 떠오른 그곳에 매달린 묘목 하나가 성수를 미친 듯이 흡수하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묘목은 끝없이 푸른 생명의 광채를 뿜어내 이천후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만물의 생명을 수호하는 군왕과도 같았다.
이천후는 정신을 맑게 비우고 전력을 다해 목황공을 운용했고 묘목이 선양성수의 한 방울 한 방울을 흡수하고 정화할 때마다 기이한 목기가 되돌아와 그의 전신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이번의 목기는 단순한 생명력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혼돈이 처음 열릴 때의 기운처럼 만물이 태초에 탄생하던 순간을 닮은 청백색의 기류로 그 안에 형언할 수 없는 고대의 도운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만목조기였다.
이천후는 내면이 뒤흔들릴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목황공의 전승자였던 그는 즉시 이 전설 속의 신기를 알아보았다.
이 청백색의 조기는 천상 만계의 모든 나무 속성 영기의 원류이자 시조였다. 생명의 법칙이 가장 순수하게 구현된 정수였으며 나무 속성 수련자들에게 있어 그것은 제병이 무기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동등한 궁극의 존재였다.
이 조기를 흡수하고 정화한다면 그의 목황강기는 본질적인 탈피를 이루며 ‘목의 도’ 그 자체에 도달할 수 있었다.
‘조화! 이게 바로 하늘이 내린 진짜 조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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