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슉.
미묘한 파열음이 불꽃처럼 붉게 빛나는 한 알의 혈과에서 터져 나왔다. 곧 그 표면에 깊게 새겨져 있던 다섯 줄의 붉은 무늬 옆으로 더없이 눈부시고 찬란한, 마치 녹아내린 적금으로 새긴 듯한 여섯 번째 무늬가 서서히 떠올라 퍼져 나가더니 마침내 완벽히 이어졌다.
동시에 그 혈과의 크기는 순식간에 부풀어 올라 사람 머리만 했던 것이 수박만큼이나 커졌다.
붉은 빛이 자욱하게 감돌고 코끝을 찌르는 진한 이향이 흘러나왔으며 껍질 속에는 마치 용암이 흐르는 듯 활화산 같은 생명 정기와 거대한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됐다!”
이천후의 심장이 격렬히 뛰었다. 만목조기가 과연 천지의 속박을 깨뜨리고 역천의 기세로 육문 혈과를 길러낼 수 있었다.
그동안 마음을 짓누르던 커다란 돌덩이가 산산이 부서져 내려갔다. 이제 그는 드디어 천기 성수 앞에 내놓을 확실한 성과를 얻은 것이다.
이천후는 잠시도 게을리하지 않고 곧바로 만목조기의 출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약전 속에서 신화 같은 장관이 연이어 펼쳐졌다.
두 번째 혈과에도 육문이 새겨졌고 세 번째 혈과에서 붉은 빛이 하늘로 치솟았으며 네 번째 혈과에서 에너지 파동이 바다처럼 출렁거렸다...
...
한 시간 뒤 무려 백 알의 찬란하게 빛나는 육문 혈과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사납게 요동치는 에너지를 뿜어내며 약전 전체를 불타는 적운의 선경처럼 비추고 있었다.
“후우...”
이천후는 가지마다 매달린 백 알의 신과를 바라보며 길게 숨을 내쉬었고 성취감이 온몸을 가득 메웠다.
이것은 단순히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재보가 아니었다. 바로 그가 했던 약속을 지키고 만룡소로 나아갈 수 있는 열쇠였다. 이 혈과 하나하나가 훗날 동세대 전부를 압도할 절세의 천교를 낳을지도 모르는 신령한 씨앗이었다.
하지만 이천후의 시선이 그 주렁주렁 매달린 과실들을 훑을 때 입가에 은근한 미소가 스며들었다. 천기 성지가 원하는 건 백 알뿐이었다. 과수와 약전은 그들의 것이라 해도...
‘흐흐...’
그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이건 합리적인 자원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