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3화

보아하니 그는 직접 나서려는 생각이 없는 듯했다. 문상훈은 알아서 부하들에게 성세은을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계속 버틸 수밖에 없는 성세은은 마치 짐짝처럼 그대로 들려가고 말았다. “조사해봐.” 유도경이 문상훈에게 말했다. “부정빈을 제대로 조사해봐. 오후까지 모든 자료를 내게 보여줘.” “네.” ... 협상이 끝나고 유하연은 저녁에 있을 만찬에 참석하기로 했다. 보통 이런 자리에는 남자 파트너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부정빈에게로 시선이 향한 유하연은 다른 사람을 부르려다 말았다. 부정빈과 제대로 해보겠다고 결심했으니 뭔가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만찬이 있는데 시간 가능하면 내 파트너가 되어줄래?” 그녀가 부정빈에게 물었다. 부정빈은 신나서 벌떡 일어나더니 망설임 없이 흔쾌히 대답했다. 이것은 유하연이 지금 그들의 관계가 외부에 알려지는 걸 개의치 않다는 뜻이었다. 부정빈은 흥분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역시나 이 둘에게 시선을 돌렸다. 요 며칠 유도경 옆에 계속 유하연과 닮은 사람이 따라다녀서 엄청나게 수군거렸는데 이제 유하연에게도 남자친구가 있을 줄 몰랐다. 심지어 인터뷰할 때도 어떤 기자가 용기 내어 유하연과 부정빈의 관계를 물었다. 이 질문에 유하연은 멈칫하고 말았다. 부정빈은 긴장해서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겉으로는 웃고 있었다. “제 남자친구예요.” 유하연은 잠깐 멈췄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어차피 그녀가 내린 결정인데 숨길 것도 없었다. 그녀는 원래 솔직한 편이기도 했다. 유하연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의아해하더니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부정빈은 유하연이 이렇게 깔끔하게 관계를 인정할 줄 몰랐다. 그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저녁 내내 실실 웃기만 했다. 이 모습에 유하연은 화가 나면서도 웃기기도 했다. 만찬이 끝난 후, 유하연의 인터뷰 내용이 곧바로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구경꾼들은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가 응원하던 커플이 이대로 무산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