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어. 그만해.”
유하연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김수호가 다가와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는데 굳이 집요하게 그래야겠어? 우리 김씨 가문 얼굴에 먹칠하지 마.”
유하연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아픈 것도, 죽을 뻔한 것도 김수호 씨가 아니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겠죠. 정말 세상 좋은 사람인 척은 다 하네요. 누가 보면 부처님인 줄 알겠어요.”
“무슨 말투가 이래.”
유하연이 갑자기 발끈할 줄 몰랐던 김수호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전에 누명을 뒤집어씌웠을 때도 가만히 있었는데 김설아를 건드리니까 미친개처럼 물어뜯으려고 하네. 언제부터 이렇게 가까운 사이였던 거야.’
“제 말투가 뭐 어떤데요.”
이때 김설아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나 괜찮으니까 이만 가자고.”
이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데 김설아는 유하연이 김수호와 싸우는 것을 원치 않았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좋은 빌미만 줄 뿐이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다소 불쾌했지만 자기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 유하연은 결국 입술을 꽉 다문 채 그녀와 함께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두 사람이 떠나고, 아까까지만 해도 겁에 질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웨이터가 조용히 이곳을 떠났다.
서둘러 구석으로 도망친 그녀의 손에는 김설아의 약병이 있었다.
사실 고의로 김설아와 부딪혀 주의를 분산시키는 동안 다른 한 손으로 은밀히 그녀의 주머니에서 비상약을 훔친 것이다.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서둘러 이 일을 시킨 사람한테 달려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김설아의 비서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어떻게 왔어?”
김설아는 자기 비서인 노지안을 보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노지안은 눈물을 글썽이며 김설아를 바라보았다.
“대표님, 몸도 안 좋으신데 외출하면 어떡해요. 저랑 함께 돌아갈 생각이 없으시더라도 조심하셔야 해요. 너무 걱정된단 말이에요.”
노지안을 보자마자 김설아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노지안을 가장 두려워했기에 매번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집안 도우미들과 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