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연이 사인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차가운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설아 이모.”
유하연은 믿기지 않는 듯 놀라운 표정으로 김설아를 바라보았다.
곧 세상을 떠날 것만 같았던 김설아는 갑자기 맑은 두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이 연기였던 것처럼 말이다. 김설아는 입가에 묻은 검은 피를 닦아내고 유하연을 안심시키는 듯 미소를 보였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거야? 이전부터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지 궁금했는데 이런 음모를 꾸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
“어떻게...”
김설아의 모습에 김수호는 당황하기 시작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김설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네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과연 본색을 드러냈을까? 역이용당한 기분 어때?”
그녀는 다시 고개 돌려 유하연을 바라보며 사과했다.
“미안해. 긴급한 상황이라 미리 너한테 말하지 못했어. 많이 걱정했지?”
“괜찮아요.”
유하연은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었기에 당연히 김설아를 이해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김설아와 함께 일어났다.
“몸에 아무 이상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이 말에 김설아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참 착한 아이야.’
이전부터 유하연의 순수한 진심이 느껴져서 무의식중에 그녀에게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김수호는 이를 꽉 깨문 채 섬뜩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꾸민 짓이면 뭐 어때서? 오늘은 반드시 저년을 김씨 가문에서 쫓아낼 거야.”
그는 유하연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사인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김씨 가문을 위하는 척 제멋대로 행동하면 아무도 네가 더러운 존재인 줄 모를 것 같았어?”
김수호의 협박에 유하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김수호는 여전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화제를 돌리려고? 얘들아! 저년을 잡아.”
김수호의 부하들이 다가오자 유하연은 콧방귀를 뀌었다.
“난 네가 그냥 궁지에 몰린 개 같아.”
유하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