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7화

이 말은 명백히 김수호를 겨냥한 말이었다. 김수호는 표정이 어두워져 있었다. 어쨌든 유도경이 호텔 안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김민기와 김현민도 뭐라 하지 못했다. 유도경의 부하들이 지키고 있어서 함부로 행동할 수 없는 김수호는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인 수단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난 그는 유하연을 바라보며 옆에 있던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렸다. 유하연은 팔짱을 끼고 의자에 앉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멀쩡하게 서 있는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내가 왜 독약을 먹고도 멀쩡한지 궁금하지 않냐고.” 유하연은 김수호의 표정을 지켜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네가 확실히 신중하기는 했어.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한테 해독제가 있었거든.” 유하연은 해독제를 꺼내 흔들면서 말했다. “이 약으로 이 세상에 있는 90%의 독약을 모두 다 해결할 수 있거든. 이깟 독약을 산 거, 나를 너무 우습게 본 거 아니야?” 유하연이 이전에 마셨던 찻잔을 집어 바닥에 던져버리자 찻잔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다음에는 더 좋은 거로 사.” 김수호는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 유하연을 향해 삿대질했다. “너...” 한참 지나서도 그는 말 한마디 내뱉지 못했다. 하지만 유하연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염은정을 바라보았다. “내가 해독제를 가지고 있는데 나만 먹고 남한테는 주지 않았을 것 같아? 난 너처럼 미친 인간은 아니야.” 유하연의 말에 김수호는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그는 바닥에 누워있는 염은정과 멀리 떨어졌다. “마,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 염은정이 이때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수십 년 동안 한 이불을 덮어온 김수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원망도, 비난도 없이 오직 무감각만이 남아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수호 씨가 저를 죽일 수도 있다고 했을 때 전 수호 씨가 그런 짓을 할 리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