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3장

고연화가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그게 무슨 소리야? 뭘 속였다는 건데?” 입을 뻐끔거리던 육호중은 어디서부터 말할 지를 모르겠던지 곁에 있던 윤혜영의 팔을 툭툭 쳤다. “야 윤혜영, 네가 말해!” 미간을 찌푸리던 윤혜영이 금테 안경을 들어 올리며 복잡한 눈빛으로 고연화를 바라봤다...... “방금 두 분 모습 보니까 보스가 지금은 꽤나 행복해 보여서 말 안 하려고 했어요. 가끔 그런 일도 있잖아요, 굳이 입 밖에 꺼내지 않는게 도움이 되는 일.” 고연화의 표정이 점차 더 어두워졌다. “내가 허송세월 보내기 싫어하는거 알잖아. 말해, 대체 무슨 일인데?” ”선생님한테 문제가 있어보여 호중이가 이틀간 미국에 다녀왔거든요. 확실히 그 곳에서 허성 건설 새 프로젝트가 가동되긴 했었어요. 문제는 선생님이 업무차 출국한 것만이 아니라는 거였어요.” 고연화의 눈빛이 눈에 띄게 가라앉는게 보였다. “그럼 또 뭘 했는데?” “미국에 있는 동안 소피아라고 불리는 여자랑 거의 매일 밤 저녁 식사를 같이 하셨더라고요. 심상치 않아 보여서 뒷조사를 좀 해봤더니......” 윤혜영이 도저히 말을 이어갈 수 없었던지 말끝을 흐렸고 고연화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 “해봤더니? 대체 뭔데 이렇게 뜸을 들여! 얼른 말해! 자꾸 묻게 하지 말고!” 고연화의 호통에 윤혜영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선생님이 소피아라는 여자와 미국에서 혼인신고를 하셨더라고요. 게다가......아직까지도 혼인관계를 끝내지 않으셨고요.” 희미하고 어두운 조명 아래,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채 빨대를 잘근잘근 씹으며 쥬스를 마시던 고연화가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그 여자 사진은?” “있어요!” 육호중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띄워줬다. “보스, 이거 봐요!” 휴대폰을 받아쥐고 고화질 사진들을 들여다 보는 고연화의 눈에서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한 눈에 봐도 미인이라고 생각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건강미 넘치는 피부색에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목구비, 딱 붙는 배꼽티에 짧은 미니 스커트까지. 허태윤 곁에 바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