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5장

정신을 번뜩 차린 여자가 쭈볏쭈볏 거리며 물었다. “선생님, 솔로시면 연락처는 교환해도 괜찮겠죠?” ......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고연화는 허태윤의 연락을 받았다. 한참이나 화면을 들여다보던 고연화가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대니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애송아 어디야?” 고연화가 온기 하나 없는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집 가는 길이요.” 남자가 약간 불만스러운 듯 툴툴댔다. “뭐? 왜 아저씨 안 기다리고 혼자 가는 거야?” “바삐 일만 하다가 돌아왔는데 친구들이랑 재밌는 시간 보내요. 방해하기 싫어서 먼저 가는 거예요.” 잠시 침묵하던 허태윤이 한껏 엄한 목소리를 하고 말했다. “지금 어디야? 내가 갈게!” 그 말에 고연화가 단칼에 거절을 해버리며 말했다. “아니요, 거의 다 왔어요. 아저씨는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 와요.”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고연화가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 사이 도착한 별장. 사실 왜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 정리할 것들이 너무 많으니 일단 침착하게 마음부터 가라 앉혀야겠지. 안으로 들어 가니 하인 몇 명만 거실을 지키고 있을 뿐, 어르신들은 벌써 방으로 들어가신 뒤였다. 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 마침 아래로 내려오는 허윤진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그 모습을 본 허윤진이 또 허리에 손을 척 올리며 투덜거렸다. “왜 이제야 와요? 미치겠네 진짜! 둘이서 애만 쏙 남겨두고 가버리면 나더러 어쩌라고! 울기만 하면 고연화 씨 찾는데 겨우겨우 재웠다고요 내가!” 앞서 나가기 전, 두 사람은 어르신들의 휴식에 방해가 될까 허윤진에게 아이를 맡겼었다. 고연화가 무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애 보라고 했는데 굳이 따라나온 건 네 오빠야. 탓할거면 너네 오빠를 탓해, 그 사람 양아들이지 내 아들 아니야.”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허윤진은 딱히 어디가 이상한 지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내 허윤진은 고개를 고연화의 등 뒤로 빼꼼 내밀며 말했다. “엥? 오빠는요? 왜 혼자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