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희를 제외하고 한 번도 누군가에게 충동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과거 허가윤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SNS에 접속해서 자신의 고민을 올렸다.
그리고 댓글을 확인한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드라마 쓰고 있네. 한 사람에게만 충동을 느낀다고? 세상에 그런 남자가 어디 있어?]
[그냥 그 방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이상한 핑계대지 말고 비뇨기과나 찾아가 보셈. 여자가 다가오면 욕망을 느끼는 게 본능이야.]
[진짜 사랑일 수도? 하지만 그런 남자가 과연 존재하느냐가 문제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욕구를 느끼는 남자라면 그것도 축복 아닌가?]
마지막 댓글을 나영재는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찰나 나영재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에게 다가왔다.
“내가 했던 질문 속으로 잘 생각해 봐. 그래도 소희에 대한 감정이 확실하지 않다면 마지막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어.”
안일우는 어떻게든 동생을 위해 이 잘생긴 매제를 붙잡아두고 싶었다.
나영재도 평온한 얼굴로 만취한 안일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뭔데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그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어.”
안일우는 정색하며 그에게 말했다.
“물론 변태나 스토커는 제외하고.”
나영재는 천천히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안소희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기분이 좋았다. 가장 치명적인 건 그녀의 세상에 자신이 없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곧 그녀가 사는 세상에서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갑갑하고 분노가 차올랐다.
“그게 맞다면 정말 사랑인가요?”
“당연하지!”
안일우는 그 말을 끝으로 나영재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잠들어 버렸다.
두 비서는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그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듣지 못했다.
성 비서는 상사가 만취 상태인 안일우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응대해 주는 것을 보고 한 비서의 곁으로 다가가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