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우는 동생의 어깨에 얼굴을 비비며 간절히 말했다.
‘잘생겨서 봐준다.’
안소희는 이를 갈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는 해줄 수 있어. 하지만 대화가 끝나고 그쪽에서 삭제 안 하면 나도 강요는 못해.”
그녀의 말에 안일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기에 나영재는 이미 충분히 안소희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러니 안소희의 부탁이라면 무조건 들어줄 것 같은 확신이 있었다.
안소희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마사지하며 나영재에게 다가갔다.
나영재는 고민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그게 부탁할 게 있긴 한데.”
“말만 해.”
나영재는 여전히 담담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안소희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전에 없던 온기가 담겨 있었다.
안소희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어젯밤 CCTV 영상 말이야. 그거 좀 삭제해 줄 수는 없을까?”
말이 끝나자 나영재의 시선이 안일우에게 닿았다.
안일우는 겉으로는 멀쩡한 척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눈빛은 무슨 의미지? 설마 이거로 우리 소희랑 잘되는 거 도와달라고 날 협박하지는 않겠지?’
‘그런데 협박하면 들어줘야 하나?’
하지만 본능적으로 든 생각은 절대 들어주면 안 된다였다.
물론 당사자인 나영재와 안소희는 그의 복잡한 생각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 알았어.”
나영재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답하고는 안소희를 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데 조건이 있어.”
안일우가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저 자식 이럴 줄 알았어!’
안소희는 오빠의 풍부한 표정을 힐끗 보고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말해봐.”
“저녁 먹고 가.”
나영재의 요구는 간단했다.
그는 조금 전에 식사했냐는 그의 질문에 보였던 안일우의 반응을 기억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비서 시켜서 맛있는 걸 보내주려고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기회가 왔으니 잡는 게 당연했다.
안소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안일우가 믿을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