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3화

예전부터 제트가 달래기 힘든 성격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지만 이렇게까지 심할 줄은 몰랐다. 그는 자신만의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진아는 갑자기 설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일어나 그의 허리 위에 앉았다. 어른들의 연애에 그리 많은 설명이 필요한가? 때론 포옹 한 번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마음이 여린 사람에게 말은 쉽게 오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열심히 움직이며 그의 귀에 속삭였다. "오늘 밤은 제트가 원하는 대로 해도 돼요. 그러니까 화 풀어요." 제트의 몸은 순식간에 굳었고 곧이어 그녀의 입술을 삼켜버릴 듯이 맞받아쳤다. 달래는 건 성공했지만 이진아는 허리가 거의 부러질 지경이었다. 다음 날 정오에야 겨우 일어났고 침대에서 내려올 때는 힘이 풀려 무릎을 꿇을 뻔했다. 이를 악물고 침대를 짚으며 천천히 일어선 이진아는 이마를 문지르며 생각했다. '마음대로 하랬더니 아침 6시까지 할 줄이야...' 몸 어딘가가 완전히 마비된 듯 감각이 없었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들어가자 방탕한 사랑의 흔적에 스스로 깜짝 놀랐다. 얼굴은 발그레하게 물들었고 칫솔을 쥔 손까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찬물로 세수하고서야 붉은 기가 조금 가셨다. 거실에 나가보니 집 안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으나 곳곳에서 서툰 티가 났다. 식탁 위에는 예약이 필요한 고급 레스토랑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그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게다가 몸도 깨끗이 씻겨져 있는 걸 보면 화가 풀린 모양이었다. 휴대폰을 꺼내자 어제의 헤어지겠다는 메시지가 눈에 들어와 괜스레 민망해졌다. '다음부턴 함부로 헤어지자고 하지 말아야지. 더 이상 감당 못 해.' 그녀는 급히 메시지를 보냈다. [집 정리했네요? 고마워요.] 답장은 빨리 왔지만 아직도 어제의 헤어짐을 신경 쓰는 듯했다. [안 헤어질 거죠?] 이진아는 어이없다는 듯 눈을 굴렸다. 정말 헤어질 생각이 있었다면 어젯밤 밤새 사랑을 나눴을 리가 있겠냐는 말이다. [안 헤어져요.]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