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1화
이진아는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는 이 사람보다 키가 몇 센티미터 더 커서 조금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와인 잔을 들고 있는 손가락에 힘을 꽉 준 채 진라임은 얼굴에 굴욕감이 스쳐 지나갔다.
‘이진아, 너 때문이 아니었다면 강현우도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거고 이렇게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았을 거야. 너는 재앙이야!’
처음으로 이진아에게 이렇게 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그 얼굴에 놀랐고 더욱 질투심을 느꼈다.
‘왜 이 사람은 쉽게 강현우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걸까? 강현우는 왜 이런 악독한 여자에게 반한 걸까?’
이진아는 그녀의 눈에 명확하게 드러나는 질투심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진 교수님, 저는 전에 교수님과 아무런 원한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강현우를 사랑했지만 얻지 못한 것이라면 그 사람을 원망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가 얻은 것은 교수님이 잃은 것이 아니에요. 설령 제가 없었더라도 현우 씨는 교수님을 좋아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 왜 저에게 악의를 그렇게 크게 가지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진라임은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녀는 한쪽에 늘어진 손을 꽉 쥐고 숨을 거칠게 쉬었다.
“이진아 씨가 그분에게 꼬리 쳤잖아요:!”
이 말을 들은 이진아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진라임은 그녀의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참을 수 없어서 손에 들고 있던 와인을 쏟아부으려 했다.
하지만 이진아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그 와인은 반대로 그녀에게 쏟아졌다.
진라임의 가슴 부분 천이 순식간에 투명한 색깔로 변한 것을 본 그녀는 재빨리 손을 들어 가렸다.
“이런 수단으로 여자를 상대하다니 역겹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분명히 아까는 그녀 자신이 이진아에게 쏟아부으려고 했었다.
이진아는 순간 재미없다고 생각하며 몸을 돌려 말했다.
“현우 씨는 교수님처럼 남을 모함하는 수법조차 저급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진라임은 그 말에 자극받은 듯 몇 걸음 앞으로 쫓아왔다.
“네가 뭘 알아? 이진아, 네가 뭘 알아! 너는 강현우를 사랑하지 않아. 그렇지 않다면 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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