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진은 그녀가 화났다는 것을 눈치챘다. 두 사람이 이혼한 후, 그는 허소원이 허지유를 밀친 일로 허씨 가문에서 쫓겨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소원이 아직도 화가 난 걸 보면 그때의 일이 큰 충격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 일은 계속 기억에 남아서 떠올릴 때마다 그녀를 괴롭혔다.
박태진이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때 허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은...”
“더 이상 허씨 가문에 관한 일을 듣고 싶지 않아. 당신이 허씨 가문과 사이가 좋은 건 알고 있지만 굳이 내 앞에서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아도 되잖아. 허씨 가문이든 당신이든 나한테는 전부 안 좋은 기억밖에 없어. 그런 얘기를 듣고 싶지 않으니 그만해. 일부러 내 심기를 건드리고 싶은 게 아니라면 입 다물어.”
허소원은 박태진이 허씨 가문의 편을 들어주려는 줄 알고 저도 모르게 화를 냈다. 그러나 박태진은 그녀가 생각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사실 그는 허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했었다. 허소원이 차갑게 말하자 조사한 결과를 말해주려던 박태진은 고개를 돌리고 입을 다물었다.
차 안의 공기가 삽시에 얼어붙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박태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은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
허소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연한 걸 왜 물어? 내가 아직도 멍청한 줄 알아?”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박태진 씨가 잊었나 본데, 당신은 허지유랑 혼약을 맺기 위해서 나랑 이혼했잖아. 아직 젊은 분이 벌써 잊어버리면 어떡해?”
허소원은 비수 같은 말로 그의 가슴을 찔렀다.
정시훈은 미러로 박태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는 몸서리쳤다. 차 안의 분위기가 숨통을 옥죄어 와서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는 박태진이 허소원한테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다시 만난 후에 박태진은 허소원의 마음을 얻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비록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쁜 뜻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박태진은 조금 전에 허소원이 언급했던 허지유를 좋아하거나 마음에 둔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