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3화

만약 정말 누군가 일부러 일기장을 가져갔다면 그들은 이미 일기장을 파괴했을 것이다. 일기장이 파괴되면 박미자 사건의 진실은 완전히 묻히게 될 것이고, 진실을 찾으려 해도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생각에 유하연은 잠시 기운이 쭉 빠졌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미간마저 찌푸렸다. 유하연의 이런 모습에 김성호는 더 이상 묻지 못했다. 사실 그도 속상했고, 할머니의 한을 최대한 빨리 풀어드리고 싶었다. “됐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 유하연이 입을 열었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 다음에 꼭 한턱낼게.” “밥은 됐고.” 김성호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나? 정말 고마우면 그 사람 좀 찾아줘. 아, 맞다. 돌아오기 전에 여러 인맥을 동원해서 그날 촬영된 CCTV 영상을 구했어. 화면이 조금 흐릿하긴 하지만 그 사람을 찾아낼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김성호는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유하연에게 건넸다. 유하연은 순간 머리가 하얘졌고,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감히 손대지도 못했다. ‘차라리 밥이나 한 끼 사고 말지.’ 하지만 김성호의 절박한 눈빛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어쩔 수 없이 그 사진을 건네받았다. 유하연은 그 사진을 보고 나서야 왜 강아림이 김성호가 자신을 알아볼까 봐 전혀 걱정하지 않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진 속 강아람은 분장해서 친구인 유하연 마저 못 알아볼 정도였다. 유하연은 한때 강아람을 따라 분장 기술을 배웠던 것이 생각났다. 강아람의 실력은 훨씬 뛰어나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유하연은 김성호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아 급히 핑계를 대고 곽하린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 하지만 유하연은 방씨 가문 사람들이 일을 크게 벌일 줄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 날. 유하연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때, 곽하린이 손에 휴대폰을 들고 급히 달려왔다. “대표님, 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어요.” 곽하린은 뭔가 많이 다급한 모습이었다. “누군가 또 대표님을 살인 혐의로 고발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