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12장

“네 생각이 그렇다면야 할 말이 없네. 대신 지난번 일 교훈 삼고 임자 있는 남자 그만 건드려. 여기 네가 건들만한 사람은 없어.” 여러 VIP들과 인사를 마친 준영이 할아버지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할머니랑 수연이 올라간지 한참 됐는데 제가 한번 가볼게요. 과음하지 마세요 할아버지, 제가 물로 바꿔드리라고 할게요.” 초반에 고개를 끄덕이던 할아버지는 과음하지 말라는 소리에 미간을 와락 구겼다. 집사람 없을 때 간만에 술 좀 마시려던 것마저 손자놈이 막아선다. 준영은 할아버지의 원망 어린 시선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도 건강이 우선이지 않나. 한달음에 2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여니 부드럽게 할머니의 머리를 감싸주고 있는 수연이 보였다. “쉿——” 준영을 보자마자 수연이 검지를 입에 갖다 댔다. 할머니도 연세가 들긴 드셨나 보다, 잠깐의 대화에도 피곤해 하시는 걸 보면. 강준영이 저도 모르게 미간에 힘을 줬다. 천하의 그마저도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은 막지 못하니까. 조심스레 수연의 곁에 앉은 남자가 수심 가득한 눈빛으로 촘촘히 들어앉은 할머니의 흰머리를 응시한다. 그 뒤, 할머니에게 조심조심 담요를 덮어드린 수연이 그를 데리고 베란다로 향했다. “나이가 원수네, 하루하루가 달라.......” 강준영의 얼굴에서 처음 보는 애달픔이었다, 그는 날것 그대로의 표정을 숨기려는 듯 미간을 찌푸린 채 얼굴을 감쌌다. 그럼에도 주위를 감싸는 쓸쓸함은 여전했기에, 수연이 다가가 그의 머리를 감쌌다.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평생 곁에 있어 줄게. 시간은 이렇듯 무정하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세월의 야속함은 이기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해진 시간 동안 두 분 곁에 잘 있어드리는 거야. 속상해하지 말자, 두 분이 보시면 마음 아프실 테니까.” 준영의 옆에서 수연은 나직이 말을 이어갔다. “할머니가 그러셨잖아, 촬영 끝나면 곁에 있으라고. 다음 주에 팬 미팅까지 끝나고 나면 본가로 와야겠어, 두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