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93장

“난 네가 내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애초에 너랑 자매였던 적이 없었으면 좋겠어.” 싸늘하게 내뱉는 유가영의 말에 유인영은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마치 인정이라곤 없는 냉혈한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유가영이 말을 이어갔다. “너만의 공간이 필요해? 내가 네 일상에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실은 그냥 내가 옆에서 들러리 역할이나 해주길 바라는 거 아니야? 나만 있으면 넌 평생 고고하고 우아한 공주님으로만 살 거니까, 아주 기고만장하지?” “하,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오늘도 아빠한테 거짓말한 거야? 나한테 복수하려고? 아, 친동생이 나한테 이럴 줄은 몰랐네! 그동안 챙겨주고 아껴줬더니 결국엔 뒤통수를 맞는구나. 그래, 유가영 너 잘났으니까 두 번 다신 내 손 바라지도 마.” 유가영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뜨려 하는 유인영에게 덮쳤다. 여자를 침대로 밀치며 휴대폰을 빼앗으려 하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리 내 얼른!” 유인영이 주머니를 힘껏 움켜잡았다. “싫어! 잘못을 저지른 나쁜 결과가 뭔지 너도 알아야지! 신경 쓸 거 없다니까! 어차피 강준영은 너 기억하지도 못해, 걔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줄을 섰다고. 강준영이 누굴 좋아한다 해도 그게 절대 너일 리는 없어.” 유가영이 자연스레 그 말속에 숨겨진 뜻을 알아챘다. 설마 강준영이 절 좋아하지 않고 유인영을 좋아한다? 그날 그가 건네준 손수건 하나는 유가영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흑기사나 다름없었다. 끝없는 심연에서 구해준 순간부터 제 인생은 이 남자 뿐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전 모르겠지만 우리 둘의 만남은 필연적이었어, 네 그 얼굴이면 다일 거 같지? 내가 보기엔 절대 그런 천박한 사람이 아니야, 그때 나한테 무슨 말 했는지도 모르면서......” 강준영과 유가영 사이에 접점이 있다는 걸 유인영이 믿을 리 없었다. “넌 아직 강준영을 잘 몰라, 겉으론 차가워도 속은 여린 사람이거든. 길 가다가 유기견 봐도 그냥 못 지나칠 정도야. 더 이상 김칫국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