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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결혼식이 시작될 무렵, 주스를 든 남자아이가 갑자기 예식장 안으로 뛰어들다가 안나연과 부딪혔다. 자주색 주스가 순식간에 그녀의 하얀 웨딩드레스 절반을 적셨다. “내 드레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어느 집 애야? 누가 들여보냈어! 당장 끌고 나가!” 소리에 놀란 송민규가 급히 다가왔다가 안나연의 얼굴에 짜증이 난 것을 보고 그 자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의 기억 속 그녀는 언제나 온화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일이 생겨도 그렇게 난폭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송민규는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민규 오빠? 언제 왔어요? 보지도 못했네요.” 송민규가 다시 그녀를 쳐다보았을 때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온화한 표정이 남아 있었다.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네 목소리가 들려서 와봤어. 괜찮아? 나연아.” “괜찮아요. 그냥 아까 어떤 남자아이가 실수로 제 드레스에 주스를 묻혔을 뿐이에요. 가서 다른 드레스로 갈아입으면 돼요. 여기서 기다려요.” “그래.” 송민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왠지 모르게 안나연을 보면서 그는 낯선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 느낌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때때로 나타났다. 이전에 자신과 함께할 때와는 조금 다른 듯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지는 딱히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때때로 그의 머릿속에는 안나연이 아니라 안서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송민규의 마음속에는 일말의 의심이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말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안나연은 그의 아내이고, 그는 단지 안서연의 형부였으니 말이다. “형부.” 그는 갑자기 차에 타기 전 안서연이 불렀던 ‘형부’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녀는 당시 얼굴이 창백했고 자신이 준비한 결혼 선물을 건네고 떠났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불렀지만 제때 잡지 못했다. 송민규는 갑자기 그 상자를 떠올리고 내용물이 무엇인지 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온 송민규는 차 안을 샅샅이 뒤지다가 자신의 비서를 불렀다. “내가 아침에 네게 맡긴 상자는 어디 있어?” “송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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