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안서연은 그녀의 도발을 무시하고 옆으로 비켜서려 했다.
그녀가 도망치려 하자 안나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쏘아붙이려 했다.
그때 마침 복도에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뭔가 생각을 굴리더니 안서연의 손을 잡아끌고 분수대로 뛰어내렸다.
둘 다 수영을 못 했기에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안서연의 상처가 다시 벌어져 피가 분수대를 붉게 물들였다.
차가운 물이 콧구멍으로 역류해 그녀는 계속 기침을 해댔지만 너무 아파서 저항할 힘도 없이 몸이 그대로 가라앉았다.
숨이 막히기 직전, 송민규가 달려와 물에 뛰어드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녀의 옆을 헤엄쳐 지나가며 그녀를 쳐다보지도, 도와주지도 않은 채 안나연을 안고 물 밖으로 나왔다.
안나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품에 안기더니 아직 물에 잠겨 있는 안서연을 보며 일부러 안절부절못하는 척했다.
“서연이가 저를 물에 밀었어요. 민규 오빠, 제 유일한 동생이라는 거 알잖아요. 서연이를 구해줄 수 없어요?”
그녀의 말을 듣고 물속에 있는 사람을 보던 송민규의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나연아, 더는 쟤를 위해 말하지 마. 쟤는 분명 널 죽이려고 일부러 그랬을 거야. 그러고는 자기 자신도 뛰어내려서 동정심을 유발하려던 수작이었어. 자기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다면 물속에서 정신 차리게 놔둬!”
한 마디 한 마디가 안서연의 귀에 박혀 심장을 깊숙이 찔렀다.
그녀의 얼굴은 멍이 들어 보라색이 되었고, 귓가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렸으며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갔다.
점점 의식이 몽롱해지며 눈앞이 흐릿해졌다.
그녀는 송민규가 안나연을 안고 떠나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며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안서연은 찬 바람에 몸을 떨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몸을 움츠리며 깨어났지만 앞에는 안진우와 김혜원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네가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고서야 어떻게 나연이를 물에 밀어 넣을 생각을 하겠어? 나연이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해서 민규와 함께하려는 거야?”
“명심해. 나와 네 아빠가 살아있는 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야! 넌 처음부터 끝까지 네 언니와는 비교도 안 돼. 송민규에게 어울리지도 않아. 현실을 직시하고 더는 헛된 망상을 품지 마!”
그들의 질책을 들으며 안서연은 온몸이 차가워졌고 두 눈은 서서히 절망으로 물들었다.
수년 동안 마음에 억눌렸던 고통이 마침내 폭발했다.
“제가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그럼 언니는 어울리나요? 두 분이 거짓 증명해서 사람들을 속이지 않았다면 송민규는 평생 언니를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예요! 두 분이 원래 제 것이었던 것을 빼앗아 언니에게 줬는데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녀가 감히 반항하는 것을 보자 김혜원은 얼굴이 빨개졌고, 안진우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때렸다.
“이 불효자식! 우리는 네 친부모야. 너의 생명과 네가 가진 모든 것은 우리가 준 거라고. 우리가 거두고 싶으면 거두고, 네 언니에게 주고 싶으면 주는 거지. 네가 무슨 의견이 그렇게 많아!”
“네가 다시 한번 진실을 말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두고 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송민규가 미간을 찌푸리며 들어왔다.
“진실이라니요? 무슨 진실인데요?”
그가 갑자기 들어온 것을 보고 안진우와 김혜원은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우리가 이 불효막심한 것을 타이르고 있었어. 왜 나연이를 물에 밀었는지 진실을 말하라고 말이야.”
“그래, 맞아. 얘가 죽어도 인정하지 않아서 우리가 화가 나서 벌이라도 줄 참이었어.”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암묵적으로 화제를 돌렸다.
송민규는 더는 생각하지 않고 안서연을 극도로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시체 안치실에 가둬요. 잘못을 깨달으면 그때 풀어주도록 하죠.”
안진우와 김혜원은 좋은 생각이라며 즉시 경호원을 불러 그녀를 가두었다.
안서연은 빨갛게 부은 얼굴을 감쌌다.
눈빛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듯 텅 비어 있었다.
저항해봤자 더 끔찍한 처벌만 받을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전혀 저항하지 않고 그들이 자신을 끌고 가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시체 안치실의 섬뜩한 한기에 둘러싸여, 그녀는 떨리는 몸을 껴안고 계속 몸을 떨었다.
문득 안서연은 예전에 송씨 가문 옛집에서 송민규와 번개가 치는 폭우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몸을 녹이던 날을 떠올렸다.
그때 그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고, 그녀의 손을 꽉 잡고 품에 안아주며 수없이 말했다.
“내가 옆에 있으니 무서워하지 마.”
달콤한 추억과 차가운 현실이 뒤섞여 그녀의 신경을 괴롭혔다.
시간이 한순간 한순간 지나가고 배고픔과 추위에 그녀의 의식이 점점 흐릿해 질 즈음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차가운 얼굴로 들어서는 송민규의 눈빛은 극도로 날카로웠다.
“하루 밤낮으로 가둬뒀는데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
“잘못했어요. 제가 처음부터 다 잘못했어요.”
안서연은 몸을 웅크린 채 겨우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며 그녀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곳을 떠나며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말했다.
함께할 것이라는 그의 약속을 믿었던 것이 잘못이었고, 그를 좋아했던 것이 잘못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