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안서연은 자신은 못 알아보지 못하는 송민규가 이 팔찌를 알아볼 줄은 몰랐다.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며 입을 열려던 순간, 안나연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서연아, 내 허락도 없이 왜 내 팔찌를 가져갔어?”
말이 끝나자 안나연은 다가와 팔찌를 빼앗으려 했다.
날카로운 손톱이 그녀의 손등을 몇 군데 긁어 피가 흘렀다.
안서연은 아파서 짧게 신음을 하고 손을 빼내려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힘을 주며 뒤로 넘어졌다.
이 광경을 본 송민규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본능적으로 안나연을 품에 안고 안서연을 향해 매우 음침한 눈빛을 보냈다.
“그렇구나. 나는 또... 안나연의 팔찌를 훔친 거네. 들키자마자 격분해서 안나연을 때리기까지 하고, 안서연, 정말 역겨워!”
자신에게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안나연의 말을 믿는 것을 보자 안서연에게서 한기가 솟아났다.
그녀는 피 흘리는 손을 든 채 절망과 고통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규 오빠가 이 팔찌를 기억할 줄은 몰랐네요. 오빠가 시력을 회복한 후 안나연이 이 팔찌를 한 번도 착용한 적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어요? 언니는 이 팔찌의 존재 자체를 몰랐거든요. 오빠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죠...”
안서연은 피가 섞인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안진우의 손에 뺨을 맞고 쓰러졌다.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몸은 통제할 수 없이 샴페인 타워를 향해 넘어졌다.
수백 잔의 샴페인이 그녀에게 쏟아져 내리며 그녀는 온몸이 흠뻑 젖었다.
바닥에 넘어진 그녀의 몸은 멍과 피로 뒤덮였는데 너무 아파 눈물이 흘러내렸다.
김혜원은 굳은 얼굴로 앞에 다가와 손에 든 와인을 그녀의 얼굴에 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연이가 착용하지 않은 이유는 팔찌가 우연히 망가져서 수리를 맡겼기 때문이야. 오늘 집사가 가져왔는데 네가 우리가 집에 없는 틈을 타서 몰래 착용하고 자기 것인 것처럼 행동해?”
“평소 집에서 난동을 부리는 건 그렇다 쳐. 오늘은 네 언니 생일이잖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쇼를 벌여서 우리 안씨 집안의 얼굴을 다 팔아먹어야겠어? 이건 네 할머니께서 생전에 가장 아끼던 보석이니 물론 가장 사랑하는 나연이를 위해 남기신 거야. 그런 팔찌가 어떻게 네 것이 될 수 있겠어?”
안진우 또한 김혜원과 함께 달려들었고, 송민규는 순식간에 그들이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는 훌쩍이며 억울해하는 안나연을 달래고 그녀의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런 다음, 안서연의 곁에 쪼그리고 앉아 상처투성이가 된 손목을 들었다.
그는 팔찌를 풀어 손수건으로 핏자국을 닦아 안나연의 손에 끼워주며 진심으로 소중하게 바라보았다.
“나연아, 이 팔찌에는 네 할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고, 우리가 함께했던 5년의 추억도 담겨 있어. 아무도 이걸 더럽히게 하지 않을 거야.”
그는 단호하게 이 말을 마치고는 안진우를 향해 얼어붙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집안 재물을 무단으로 훔치고 품행이 불량한데 안씨 집안에서 가만히 있을 건가요?”
안진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채찍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직접 손에 들었다.
“집안 규정에 따라 안서연이 오늘 저지른 잘못에 대해 채찍 50대를 맞아야 합니다! 제가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모두의 흥을 망쳤습니다. 오늘 이 불효녀를 공개적으로 벌하여 집안 기풍을 바로잡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는 바로 채찍을 휘둘러 그녀의 등을 세차게 내리쳤다.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안서연의 등은 살점이 찢어졌다.
그녀는 온몸을 떨었다.
처절한 비명이 홀 전체에 울려 퍼졌고, 피가 콸콸 쏟아져 순식간에 그녀의 온몸을 물들였다.
그녀는 너무 아파서 의식이 흐릿해진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저는 물건을 훔치지 않았어요. 그 팔찌는... 원래... 제 것이었어요. 할머니께서... 저에게 주신 거예요!”
피 웅덩이 속에서 발버둥 치는 그녀의 참상을 보며 송민규는 동정심 하나 없이 안나연의 눈을 가리고 그녀를 데리고 떠났다.
점점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안서연은 붉어진 눈을 감았다.
그녀는 피와 눈물로 범벅된 입술을 꽉 깨문 채 고통을 참으며 더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처벌이 끝난 후, 안진우와 김혜원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떠났다.
홀 안의 손님들과 웨이터들도 비웃으며 차례로 떠나며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었다.
불빛도 꺼지고, 끝없는 어둠만이 그녀를 완전히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