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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안서연은 기운을 차리고 혼자 병원에 가서 상처를 치료했다. 그녀의 몸에 난 끔찍한 상처를 본 의사도 놀라며 무려 세 시간 동안이나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그녀는 식은땀을 흘리며 손톱이 몇 개나 부러질 정도로 힘겹게 참아냈다. 병원에서 이틀간 요양하며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그동안 안나연은 매일 많은 도발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아빠가 네 방을 아기방으로 개조하기로 약속하셨어. 나중에 나와 민규 씨의 아이가 태어나면 그곳을 써야 하는데 네 그 낡은 물건들 언제 치울 거야?] [민규 씨가 오늘 나랑 같이 웨딩드레스 고르러 갔었어. 드레스들이 다 예쁘길래 전부 사줬어. 내가 하이힐을 신다보니 발이 아파서 칭얼거렸더니 너무 안쓰러워하면서 내 다리도 주물러줬어.] 안나연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사진 속 송민규의 눈빛을 보며 안서연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았다. 그녀는 답장 한 번 하지 않았고, 상처가 나은 뒤 집으로 돌아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주민등록증과 서류를 제외한 나머지 물건들은 모두 버렸고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집사가 이를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나연 아가씨의 뜻은 지하실로 이사하라는 것이에요. 비록 채광은 좋지 않지만 공간은 충분해요. 이런 물건들을 버릴 필요까지는 없어요.” 안서연은 텅 빈 방을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이제 쓸모없어진 물건들이에요. 전부 버리세요. 곧 출국할 거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집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눈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아가씨,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씀이세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민규가 거실문을 밀고 들어왔다. “누가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지?” 집사가 대답하려 하자 안나연이 침실에서 나왔다. “어떻게 이렇게 일찍 왔어요? 아직 화장도 못 했는데.” 송민규는 더는 그들 둘을 신경 쓰지 않고 곧장 그녀에게 다가가 코를 콕 찍었다. “괜찮아. 천천히 화장해. 기다릴 수 있어.” “저는 항상 눈썹을 잘 못 그려요. 오빠는 손재주가 좋으니 제 눈썹 좀 그려줘요.” 두 사람은 웃으며 방으로 돌아가더니 이내 문을 닫았다. 안서연도 시선을 거두고 조용히 짐 가방을 끌었다. 그날 종일 송민규와 안나연은 매우 다정하게 붙어 다녔다. 그는 그녀를 위해 직접 아침 식사를 요리하더니 그녀를 품에 안고 한 입씩 먹여주었다. 그는 그녀와 함께 영화를 보며 영화 속에 숨겨진 재미있는 요소들을 설명해주었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발코니에서 키스했고, 그녀가 자신의 셔츠 칼라에 립스틱을 묻히게 내버려 두었다. 그의 눈썹과 눈가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다정함이 차 넘쳤다... 집 안의 고용인들이 이를 보고 몰래 수군거렸다. “안나연 아가씨와 송씨 가문 도련님은 정말 사이가 좋아요. 아직 혼인 신고는 안 했지만 마치 신혼부부처럼 꼭 붙어 다니며 떨어질 줄을 모르네요.” “안나연 아가씨는 어릴 때부터 사랑받으며 자라 까칠한 성격이 되었죠. 이제 그런 아가씨에게 푹 빠진 송씨 가문 도련님과 결혼하면,아마 더 버릇없이 굴게 될 거예요. 정말 운이 좋네요.” “아이고, 불쌍하네요. 우리 둘째 아가씨는 어릴 때부터 집에서 무시당하더니, 겨우 좋아하게 된 사람마저 언니의 남편이라니. 친자매인데 왜 그렇게 불행한 건지.” 그들의 탄식을 문 너머로 들으며 안서연은 눈을 내리깔았다. 예전에는 하늘에 왜 자신에게 이렇게 하는지 수없이 따져 물었었다. 하지만 죽음을 한 번 겪은 후 그녀는 하나의 진리를 깨달았다. 애써 쟁취해야 하는 것은 결코 본인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친정 역시 마찬가지였고,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녀는 더는 미련을 두지 않고 이 진흙탕에서 벗어나 영원히 빠져나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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