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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저녁 식사 시간, 집사가 안진우와 김혜원이 한산 리조트에 방을 예약했으니 나가서 먹으라고 알렸다. 안서연은 핑계를 대고 거절하려 했지만 안나연이 강제로 뒷좌석에 끌고 갔다. 가는 내내 안나연이 무슨 말을 하든 송민규는 즉시 대답했다. “민규 오빠, 우리 결혼하면 신혼여행은 솔라리스로 갈까요? 오로라도 보고 싶고, 패션쇼도 보고 싶어요. 그때 제 사진 많이 찍어줘야 해요. 핸드폰, 컴퓨터, 태블릿 전부 제 셀카로 도배해 버릴 거예요. 똑같은 건 하나도 없어야 해요!” “좋아. 그때 기술 좋은 사진작가 몇 명 섭외할게. 네가 가장 예쁠 때 사진 찍어서 사무실이랑 서재 전부 걸어놓을 거야. 그러면 네가 생각날 때마다 고개만 들면 널 볼 수 있을 거야.” “그럼 꼭 약속 지켜야 해요. 나중에 아기가 생기면 같이 앨범 뒤적이며 추억하는 거죠. 아, 아기는 몇 명 낳고 싶어요? 남자아이는 오빠처럼 키 크고 잘생기면 좋겠고, 여자아이는 저처럼 예쁘면 더 좋고...” 두 사람은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안서연의 존재를 잊은 듯했다. 그녀는 창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송민규가 눈 수술을 받던 날, 그녀는 수면제 때문에 잠이 들어 꿈을 꿨다. 꿈속에서 그는 깨어나 가장 먼저 본 사람이 그녀였고, 그 후로는 그 어떤 사람도 눈에 담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그녀의 곁을 지켜줄 것이고, 많은 서프라이즈를 준비하며, 그녀와 데이트하며 다채로운 세상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 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진심으로 청혼할 것이고, 그녀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으로 들어갈 것이며, 그녀와 아이를 안고 가족사진을 찍을 것이었다. 그녀는 꿈속에서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자신만의 가정을 가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꿈이 깨고 나자 모든 것은 신기루가 되었다. 그녀는 죽기 살기로 저항했지만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멍하니 있는 사이, 급정거 소리가 안서연을 깨웠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다가 브레이크가 고장 난 듯한 스포츠카 한 대가 그들에게 그대로 돌진하는 것을 보았다. 굉음과 함께 차는 하늘로 떠서 다리 기둥에 부딪혔다. 안서연은 전신이 산산이 조각나는 듯했고, 이마, 팔, 다리에서 피가 흘렀다. 극심한 고통이 몰려오며 마치 몸이 찢어지는 듯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핏발 선 눈을 뜨자 송민규가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안나연을 안고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양쪽 차 문은 심하게 찌그러졌고 트렁크에서도 불길이 치솟았다. 안서연은 입술을 깨물어 자신을 깨우려 애쓰며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조수석으로 기어갔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피가 뚝뚝 떨어져 좌석과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그녀가 겨우 차 밖으로 기어 나와 몇 걸음 옮겼을 때 뒤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불길이 하늘을 찌르면서 그녀는 충격으로 땅에 쓰러졌다. 방금 폭발한 차를 보며 안서연은 피가 응고된 듯 얼어붙었다. 만약 몇 초만 더 지체했거나 충격으로 기절했다면 또다시 교통사고로 죽었을지도 모른다. 위험이 발생한 순간부터 그녀가 스스로 구해내기까지 5분이 흘렀지만 송민규는 단 한 번도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안나연이 무사했음에도 그는 그녀를 구하러 돌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안나연을 안고 다정하게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안서연은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기력이 모두 소진된 그녀의 눈꺼풀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몽롱한 상태에서 그녀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와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안서연 씨가 더 심하게 다쳤어요. 이미 대량 출혈로 기절했어요. 송 대표님, 안서연 씨를 먼저 수술실로 보내는 것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요!” “안서연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저는 나연이만 무사하면 돼요. 나연이도 다쳤으니 먼저 나연이부터 구해야 해요!”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며 안서연은 눈을 살짝 뜨고 송민규의 다급하고 긴장된 얼굴을 보았다. 안진우와 김혜원도 달려와 안나연의 곁에서 계속 눈물을 닦았다. “먼저 나연이를 구해줘. 우리는 이 아이를 보석처럼 아끼며 키웠어.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 부부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 “네, 저희가 이 아이들의 보호자입니다. 만약 서연이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저희는 병원에 따지지 않을 거예요. 서연이는 일단 내버려 둬요. 나연이의 안위가 가장 중요해요” 그들이 예외 없이 안나연을 선택했다는 것을 들은 안서연은 마음속 마지막 희망과 미련마저 사라졌다. 끝없는 어둠이 밀려와 그녀를 심연으로 끌어내렸다. 지난 생의 죽음 직전, 그 익숙한 무력감과 공포감이 다시 그녀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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