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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고세연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고 입안에는 금세 피비린내가 번졌다. 서기훈은 한마디로 송주아가 저지른 모든 일을 대수롭지 않게 덮어버렸다. ‘송주아가 이렇게까지 좋은 거야?’ 고세연이 입을 떼기도 전에 귓가에서 직원들의 공포에 찬 비명이 터졌다. “엔진오일이 새고 있어요! 안 돼, 빨리 도망쳐! 차가 곧 폭발해요!”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곧이어 “쾅!” 하고 귀청을 찢는 폭발음이 울렸다. 한 걸음 늦은 고세연은 폭발의 충격파에 그대로 날아갔다. 파편은 그녀의 온몸에 깊숙이 박혔다. 극심한 통증이 몰아쳤고 귓가는 윙윙 울렸으며 시야가 흐릿하게 흔들렸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서기훈을 향했다. 서기훈은 두 팔로 송주아를 꽉 끌어안아 보호하고 있었다. 송주아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반면 서기훈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에는 후회와 두려움이 얽혀 있었다. “주아야! 어디 다친 데는 없지? 아픈 데는?” 그는 단 한 번도 고세연을 돌아보지 않았다. 눈물이 와르르 쏟아지며 마음이 산산이 부서져 가라앉았다. 서기훈의 말대로 두 사람은 그저 파트너일 뿐이었고 그가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몸과 마음 중에 무엇이 더 아픈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힘이 빠진 고세연은 원망 섞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고통과 눈물 속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의식이 멀어지는 순간, 서기훈이 당황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고세연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럴 리 없지. 서기훈은 내 생사에 관심을 둘 사람이 아니니까.’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고 고세연은 눈을 떴다. 코끝에는 낯선 소독약 냄새가 스며들었고 그녀는 곧 여기가 병원이라는 걸 단번에 깨달았다. “고세연 씨, 깨어났네?” 몸을 살짝 돌린 순간, 바로 옆 의자에 앉아 있는 송주아가 눈에 들어왔다. 표정은 한없이 의기양양했다. 폭발 속에서 송주아는 서기훈의 보호 덕에 상처 하나 없었다. 하지만 고세연은 파편이 전신에 박혀 5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겨우 살아났다. 송주아는 특유의 미소를 띠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우리 처음 보는 사이는 아니지? 서기훈의 첫사랑이 나라는 건 알고 있지? 서기훈이 왜 나를 좋아하는지 알아?” 고세연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동공이 작게 수축했다. 송주아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부드럽고 잔혹하게 속삭였다. “7년 전, 세연 씨가 물에 빠진 소년을 구했잖아.” 고세연은 숨을 멈췄다. 스승 최태원과 함께 지내던 시절, 우연히 물에 빠진 한 소년을 살려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걸 송주아가 어떻게 알고 있지?’ 송주아의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 “세연 씨가 구한 그 소년이 바로 서기훈이야. 깨어난 서기훈은 나를 생명의 은인으로 착각하고 나한테 첫눈에 반했지. 그렇게 잘못된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거야.” 고세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잊고 있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코끝이 시큰거리고 손끝이 떨렸다. 그녀는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그러나 송주아는 멈추지 않았다. “아, 그리고 세연 씨 스승님 있지? 사실 그분은 세연 씨를 구하다 죽은 게 아니야. 그때 나는 장기 부전으로 입원 중이었고 서기훈이 몰래 조직 검사를 했는데 우연히 최태원 씨가 나와 딱 맞았던 거야. 그래서 사람을 시켜 최태원 씨의 심장을 나한테 이식했어.” 고세연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최태원 씨는 원래 죽지 않아도 됐던 사람이야.” 숨이 턱 막혔다. 세상이 뚝 멈춘 듯 고요해졌다. 귓가에는 폭발음 같은 소리가 다시 울렸다. ‘스승님은 송주아와 서기훈 때문에 죽었다.’라는 사실만 뇌리에 반복적으로 새겨졌다. 송주아는 고세연의 절망을 감상하듯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마지막 일격을 날리듯 나직하게 말했다. “서기훈은 나한테 아주 깊이 빠져 있어. 내가 심장이 아파서 원래 주인의 유골을 없애면 편해진다고 했더니, 정말 그대로 해줬어. 그 유골이 최태원 씨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지금쯤 아마 물고기 밥이 되었겠지?” 고세연의 눈에 핏줄이 터져 붉게 번졌다. 증오가 들끓었고 마지막 말은 그녀의 이성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고세연은 번개처럼 몸을 일으켜 송주아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송주아의 목을 움켜쥐며 지옥 밑바닥에서 기어 나온 듯한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널 죽여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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