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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송주아는 고세연이 이성을 완전히 잃고 달려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질식할 듯한 공포가 전신을 덮쳤고 숨조차 쉬기 어렵게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송주아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다 옆에 있던 꽃병을 엎어버렸고 병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바로 그때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서기훈이 들어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그 혼란스러운 상황 그대로였다. 그는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서기훈은 주저 없이 달려와 고세연을 발로 걷어찼다. 고세연은 바닥에 세차게 굴러떨어졌고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다시 흘러나왔다. 살을 에는 통증이 몸을 덮쳤다. 반면 송주아는 서기훈의 품에 힘없이 안겨 있었고 서기훈의 얼굴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혼란이 떠올랐다. 파랗게 질린 송주아를 보며 그는 급히 사람을 불러 그녀를 다른 병실로 옮기게 했다. 분주한 움직임이 잠시 이어졌고 곧 병실에는 서기훈과 고세연 둘만 남았다. 공기는 숨 막힐 듯 적막했다. 바닥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킨 고세연의 환자복은 이미 피로 얼룩져 참혹했다. 일어서려던 순간, 서기훈의 손이 그녀의 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서기훈은 혐오가 선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내뱉었다. “고세연, 너 이렇게 악독한 사람이었어? 주아는 네가 걱정돼서 온 건데, 넌 주아를 죽이려고 했어. 질투도 정도가 있어야지. 그렇게 죽고 못 살 정도로 내가 좋아?” 고세연의 몸은 그대로 굳었고 손가락까지 떨리며 힘이 빠져 갔다. 불안이 심장을 조여 왔다. 그는 분명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서기훈의 손아귀는 점점 더 조여 왔다. “약혼은 최대한 빨리 파기할 거야. 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네 역겨운 마음은 다 거둬. 우리는 그저 한때 잠자리만 공유했던 사이일 뿐이야. 평생 너를 좋아할 일은 없어.” 고세연의 눈가가 젖어 들었고 가슴은 바늘로 수백 번 찌르는 것처럼 쓰라렸다. 숨조차 쉬기 어려울 만큼 고통이 몰아쳤다. 자신의 마음을 잘 숨기고 있다고 믿었지만 처음부터 모든 것이 들켜 있었던 것이다. 그의 눈에는 모든 행동이 한심한 광대짓으로 보였을 것이다. 고세연은 눈물을 삼키며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질문을 꺼냈다. “내 스승님의 심장 송주아에게 이식한 거, 네가 사람을 시켜 한 짓이지? 정말 스승님 유골을 물고기 밥으로 던졌어?” 서기훈의 표정이 순간 멍하게 굳었다. 그녀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그 남자가 고세연의 스승이라는 걸 몰랐다. 그때 송주아의 상태는 위급했고 그는 그녀를 잃을 수 없었다. 그러나 변명은 변명이었다.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심장은 네 스승님 것이 맞아. 주아가 심장이 아픈 이유가 원래 주인의 기운 때문이라길래 유골을 흩뿌리면 된다고 했어. 그래서 전문가한테 물어보고 물고기 밥으로 뿌린 거야.” 고세연의 온몸이 떨렸다. 심장은 미친 듯 뛰고 눈은 크게 뜨였다. “그분은 내 스승님이야. 서기훈, 네가 이러고도 사람이야?” 서기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그저 한 줌의 재일 뿐이잖아. 주아가 편해질 수 있다면 되는 거지. 물고기 밥이라도 됐다면 잘 활용한 거고.”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고세연의 안에서 끓어오르던 분노가 폭발했다. 감정을 더는 억누르지 못한 그녀는 번개처럼 손을 뻗어 과도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서기훈의 심장을 향해 칼을 내리꽂았다. 피눈물이 흐르는 듯한 마음이었다. 서기훈은 스승님이 그녀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짓을 한 것이다. 그녀의 모든 감정과 기억이 산산조각 나는 듯했다. 고세연은 입가에 찢어진 듯한 미소를 띠며 칼을 쥔 손에 더 힘을 주었다. 서기훈은 반사적으로 저항했다. 왜 그녀가 이러는지,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혼란스러운 몸싸움 끝에 칼은 서기훈의 손으로 넘어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손에 들린 칼끝은 이미 고세연의 심장에 박혀 있었다. 고세연의 몸은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녀는 바닥에 누운 채 서기훈을 바라보다가 절망에 젖은 눈으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스승님에 대한 미안함뿐이었다. 끝내 복수조차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서기훈을 뼛속 깊이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고세연은 자신의 죽음이 스승님께 드리는 유일한 속죄라고 여겼다. 의식이 흐려지는 가운데 서기훈이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서기훈은 바닥에 쓰러진 고세연을 끌어안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그는 왜 일이 이렇게까지 번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고세연에게 경각심만 주려 한 것이었다. 죽일 생각도, 다치게 할 생각도 전혀 없었다. 밤새도록 수술실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문이 열렸고 서기훈은 의사에게 달려갔다. “환자는 위험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1mm만 더 어긋났어도 살릴 수 없었을 겁니다.” 그제야 서기훈의 마음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주아의 표정은 서서히 일그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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