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8화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소란을 들은 코치가 급히 뛰어나왔다. 서기훈은 뺨을 감싸 쥔 채 불안정한 표정으로 고세연을 바라봤다. 반면 송주아는 서기훈 앞을 가로막고 서서 일그러진 얼굴로 고세연을 노려보았다. “세연 씨가 무슨 자격으로 기훈이를 때려?” 고세연은 손목을 가볍게 털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심장이 그들 때문에 미묘하게 욱신거렸지만 표정은 변함없이 차분했다. “이건 내 레이싱 카야. 조립부터 디버깅까지 전부 내 손을 거쳤고 핸들엔 내 이름까지 새겨져 있어. 그런데 어떻게 그걸 네 것처럼 주장해?” 송주아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듯 흔들렸다. 서기훈이 또다시 고세연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모습을 보자 더는 참지 못한 송주아는 앞으로 나서서 고세연의 뺨을 치려 손을 들었다. “내가 모를 줄 알아? 기훈이가 이미 100억 줬잖아! 그 차는 팔린 거라고!” 그러나 손이 닿기도 전에, 고세연이 재빠르게 그녀의 손목을 잡아냈다. 그 말에 고세연의 입꼬리가 비웃듯 올라갔다. “100억은 네가 망가뜨린 레이싱 카에 대한 보상일 뿐이야. 이 차는 그 정도 돈으로 살 수 없어.” 송주아는 신인 티를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레이싱 카 한 대를 개조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지 알 리가 없었다. 송주아는 앞뒤 가리지 않고 고세연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고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코치가 서둘러 중재에 나섰다. 고세연은 팀의 유일한 스타 선수였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가장 큰 희망이었다. 서기훈은 팀의 대표이자 모든 투자금의 주인이었다. 코치는 두 사람 중 누구도 적으로 돌릴 수 없었다. 예전에는 두 사람이 꽤 가까웠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송주아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날을 세우고 있으니 코치도 그저 난처할 뿐이었다. 고세연은 팀에서 오래 지냈고 대부분의 동료들도 사건의 경위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편에 섰고 송주아를 향한 눈빛은 노골적으로 싸늘했다. 송주아가 그 시선을 견딜 리 없었다. 결국 그녀는 서기훈의 팔을 붙잡으며 억울한 듯 호소했다. “기훈아, 네가 그랬잖아.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주겠다고. 오늘은 네가 나한테 고백하는 날이고, 이 레이싱 카도 네가 나한테 준 선물이라고 했잖아. 난 꼭 갖고 싶단 말이야.” 서기훈은 그녀를 달래려는 듯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걱정 마. 네가 원하는 건 다 해줄게.” 그 모습을 보자 고세연의 두 손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 이미 마음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더는 아프지 않을 것 같았지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경련하듯 쑤셔왔다. 고세연은 입안의 씁쓸함을 삼키며 호흡을 가다듬어 침착함을 유지했다. 앞으로 곧 국제 대회에 참가해야 했고 무엇보다 이 레이싱 카만큼은 절대로 빼앗길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부딪쳤고 그때 서기훈의 말은 칼날처럼 고세연의 가슴을 베었다. “말해 봐. 네 조건이 뭔데. 160억이면 이 차 사기에 충분하지?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내 관심 끌려고 하지 마.” 고세연은 짧게 비웃었다. 서기훈이 이렇게까지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는 걸, 오늘에서야 제대로 실감했다. 그녀는 그를 곧게 응시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서기훈, 착각하지 마. 내가 왜 네 관심을 끌어? 그리고 네가 얼마를 준다 해도 이 차는 안 팔아.” 순간, 공기가 단단하게 얼어붙었다. 고세연을 바라보는 서기훈의 눈빛에도 묘한 낯섦이 스쳤다. 예전의 고세연은 그의 눈을 바라볼 때 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온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시선에는 그 따뜻함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서기훈은 이유 모를 공포가 몸속에서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송주아인데, 고세연을 볼 때마다 이상한 감정이 파도처럼 스쳤다. 그는 손바닥을 세게 꼬집으며 정신을 붙들었다. 송주아는 그의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그녀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다 줄 생각이었다. 서기훈은 고세연을 향해 확신에 차 말하려 애썼다. “레이싱 카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면 팀에서 나가. 잊지 마. 지금 이 팀은 우리 서씨 가문 거라는 걸.”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고세연이 이 레이싱 카를 얼마나 아끼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서기훈이었기 때문이었다. 서기훈은 이 한마디면 고세연이 결국 굴복하리라 믿고 있었다.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전용 레이싱 트랙을 갖춘 서킷은 이곳뿐이었으니까. 하지만 다음 순간, 고세연의 대답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좋아, 나갈게. 하지만 내 레이싱 카와 내 물건은 하나도 남기지 않을 거야.” 사람들은 놀라 다시 만류했다. 감정적으로 굴지 말라며 붙잡았지만 고세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을 정한 듯했다. 이곳은 더 이상 예전의 팀이 아니었다. 서기훈이 송주아를 끌어들인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떠날 시기를 고민해 왔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코치는 간절히 그녀를 붙잡고 싶었지만 옆에서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서 있는 송주아를 보자 결국 체념한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이제 늙었나 보네. 고세연이 떠난다면 나도 여기 남아 있을 필요가 없지. 나도 나가야겠어.”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