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정자 질량이 떨어졌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성진이 보고서를 뒤적이다가 책상 위에 탁 내려쳤다.
“아내가 방금 아들을 낳았는데, 우리 현준이가 어떻게 정자가 약하다는 거야? 다시 검사해. 병원의 설비가 잘못된 거겠지.”
의사는 잠시 망설이더니 빛바랜 보고서 한 장을 내밀면서 말했다.
“사실... 진서연 씨가 임신한 건 매우 운이 좋았던 일입니다. 혼인 전에 두 분이 종합검진을 받으셨을 때 이미 징후가 있었습니다. 가문의 체면과 이현준 씨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진서연 씨가 우리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지요. 설마 혼인 1년 만에 임신하실 줄은 몰라서 그간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이번 재검에서 이현준 씨의 생존 정자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 정자 운동성이 중증으로 저하된 데다 현재는 살아 있는 정자가 없다는 판정입니다. 다행히도... 가문에 대를 이을 아이는 이미...”
의사가 끝말을 잇지 못한 건, 이성진의 안색이 이미 시퍼렇게 질렸기 때문이다.
“다시 검사해. 이런 결과가 나올 리 없어.”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복잡한 눈빛을 숨기지 못한 채 서둘러 방을 나갔다. 이 정도 사안이면 병원도 수차례 확인했을 터였으니 백 번을 다시 해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의사가 떠나자, 이성진의 얼굴은 돌처럼 굳었다.
사실 두 사람은 진서연이 낳은 아이를 그동안 탐탁지 않게 여겼다. 주예린이 아기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실렸다고 보고했을 때도 이성진은 상황이 심하면 굳이 치료할 필요 없다고까지 말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아이가 이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가 되었다.
‘진서연은 운이 지독히도 좋구나. 아이 하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만드는군.’
이성진은 이를 악물고 전화를 집어 들었다. 사실 그도 어쩔 수 없었다. 두 아들 중 하나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하나는 정자 질량이 떨어졌다.
‘하늘이 그동안의 업보를 우리한테 되갚는 걸까.’
“일단 전원 작업 중지하고 사흘 된 신생아부터 찾아. 걔는 우리 이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이다. 그 아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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