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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이현준은 임신 진단서를 힐끗 본 뒤 술만 들이켜고 비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반면 민나연은 주예린을 외면하지 못한 채 종이를 받아서 들어 꼼꼼히 훑었다. “생각보다 현준의 아이가 빨리 생겼네. 아이가 태어나면 너희 아버지도 마음 좀 놓이시겠지.” 주예린은 점점 열을 올렸다. “제가 잘 키울게요. 나중에 효도도 똑바로 가르칠 거예요. 이 아이는 현준 오빠의 아이이자... 현민 오빠의 아이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기대와는 달랐다. 기쁨 대신 설명하기 어려운 냉기가 맴돌았다. 주예린이 다가가 팔짱을 끼자 민나연이 밀쳐내며 물었다. “예린아, 이 아이가... 정말 현준이 아이야? 지난번 그날에 생긴 거 맞아?” 주예린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준 오빠가... 여러 번 했어요. 저는 원래 잘 임신하는 체질이라서요. 한 번에도 될 수 있는데 하물며 그렇게 여러 번이면...” 그때 이성진이 휴대전화를 집어 예린의 머리 위로 힘껏 내던졌다. “이걸 직접 봐.” “예린아, 우리는 한 번도 널 의심한 적 없고, 캐묻지도 않았어. 심지어 현준이가 너를 심문하겠다고 했을 때도 내가 너를 감쌌어. 우리 이씨 가문이 널 얼마나 떠받들었는지는 너도 알잖아.” 이마에서 피가 배어 나와도 주예린을 덮친 건 통증보다 말의 무게였다. ‘설마 내가 몰래... 남자를 만난 게 들킨 건가?’ 그러나 예전에도 주예린은 여러 번 그런 일을 했지만 들킨 적은 없었다. ‘지금 같은 복잡한 상황에 설마 정말...’ 주예린은 휴대전화를 집어 내용을 확인했다. 볼수록 그녀는 속이 서늘해졌다. ‘무정자라고? 말도 안 돼.’ 그녀는 재빨리 거짓말을 꾸몄다. “아버님, 오해일 거예요. 현준 오빠가 그런 상태라면 진서연은 어떻게 임신했죠? 병원 결과가 잘못된 거예요. 우리 집안 여자들은 대대로 임신이 잘 되는 편이라... 저한테도 행운이 온 것일 수도 있어요.” 이성진이 팔을 치켜들자 이현준이 막아섰고 그는 입술에 미소를 지은 채 낮게 말했다. “말이 되네. 정말 그날에 생겼을 수도 있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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