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6화

추도식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고 이미 지쳐 있던 강지석과 박여금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 이후 온서진도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바다를 데리고 먼저 차로 돌아갔다. 여민수 또한 자신을 속인 처남의 묘 앞에 더 머물고 싶지 않았고 결국 강우희만 남아 묵묵히 뒷정리했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강천우의 묘비에 조용히 기대앉았다. 사진 속 강천우는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그대로였고 생전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멀리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강우희는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계속 바라보다가 눈앞이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다. 다섯 살 무렵 그녀는 보육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음식을 빼앗으며 마치 들개처럼 버텼지만 그때 오빠가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의 따뜻한 미소는 마치 창문을 통해 스며드는 햇살처럼 그녀의 세상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강천우와 강씨 가문은 그녀에게 비바람을 피할 안식처를 제공해 주었다. 그 덕분에 이후 강씨 사람들은 그녀를 평범하게 대했지만 강우희는 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강천우가 세상을 떠나기 전 그녀의 손을 잡고 형수를 돌보고 강씨 가문을 지키며 바다를 아껴 달라고 부탁했을 때 강우희는 망설임 없이 이를 승낙했다. 그때 그녀는 왜 강천우의 마지막 웅얼거림이 미안하다는 말이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강우희는 슬픈 표정으로 일어나 묘원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갑자기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온서진이 바다를 데리고 여씨 가문의 묘지 옆에 나타난 것이었다. 바다는 여씨 가문 어르신들의 묘비 앞에서 절을 하며 착한 손자의 모습을 보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온서진도 공손하게 옆에 서서 바다가 절을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수줍게 손에 든 꽃을 내밀며 말했다. “시아버님, 시어머님, 안심하세요. 바다는 여씨 가문의 핏줄이니 언젠가 반드시 여씨 가문으로 다시 돌아갈 거예요.” 이 말을 듣자 강우희의 피는 순간 굳어버리는 듯했고 강천우를 위해 강씨 가문을 지키겠다고 말했던 다정했던 온서진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강우희는 재빨리 달려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새언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바다는 강씨 가문의 아이예요!” 바다는 깜짝 놀라 입을 비쭉 내밀고 온서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온서진은 침착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희야, 내가 헛소리하는 게 아니야. 핏줄은 속일 수 없잖아?” 강우희는 귀를 믿을 수 없었다. “새언니, 예전에 오빠가 아이를 가질 수 없어서 당신과 이혼하고 자유롭게 해주려고 했잖아요. 그때 새언니가 여민수의 정자를 훔쳐 쓰자고 제안했잖아요. 민수를 낳은 후에도 강씨 가문이 새언니 친정 식구들을 박대하지 않았고요.” 온서진은 바다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강우희,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네 오빠는 이미 죽었잖아. 당연히 나도 다시 의지할 사람을 찾아야지. 여민수 씨는 능력도 뛰어나고 게다가 나에게는 여민수 씨의 아이도 있어. 내가 감히 다투지 못할 이유가 뭐 있어? 게다가 네가 직접 남편을 보내서 나랑 감정을 쌓게 해준 거잖아?” 강우희는 그제야 깨달았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새언니가 시험관 시술을 할 수 없다는 건 거짓말이었어요?” 온서진은 입꼬리를 높이 올리며 경멸적이고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강우희, 네 남편은 내가 가질 거야. 네가 고자질하고 싶으면 당장 가서 말해. 하지만 여민수 씨가 널 믿을지는 내가 보장 못 해.” 말이 끝나자마자 온서진은 갑자기 얼굴색을 바꾸며 바다를 껴안고 뒷걸음질 쳤다. “우희야, 바다는 그냥 절만 하러 온 거야. 네 오빠를 부정하려는 뜻은 없어.” 바다는 울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는 날카로웠다.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억울함이 느껴졌다. 뒤에서 호통치듯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민수가 바람처럼 달려왔다. 그는 민수를 안아 들고 창백하게 울고 있는 아이를 보자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강우희, 네 오빠의 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거야?” 강우희는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 아이가 스스로...” 그녀의 해명은 바다의 울음소리에 묻혔고 온서진은 눈물을 훔치는 척하며 말했다. “모두 바다의 잘못이에요. 요즘 너무 여민수 씨에게 매달리다 보니 우희가 화가 난 것도 당연해요. 하지만 아이는 그저 아빠를 너무 보고 싶어 할 뿐이에요.” 여민수의 눈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짝!” 뺨을 맞는 소리가 울렸고 강우희는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따끔거리는 고통 속에서 귓가에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맴돌았다. 그녀는 입을 벌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눈물부터 흘러 뺨을 적셨다. 과거 부부 사이의 신뢰는 이 순간 완전히 무너졌다. 여민수도 자신이 강우희에게 손을 댈 줄은 몰랐기에 당황했고 눈에는 후회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온서진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바다의 손바닥을 꼬집었다. 바다는 즉시 입을 크게 벌리고 울음을 터뜨리며 여민수의 품에서 뛰어내려 온몸을 떨었다. “작은 고모, 화내지 마세요. 앞으로 작은 고모부에게 매달리지 않을게요. 작은 고모 말을 잘 들을게요. 제 아빠는 강천우이고 저는 강씨 가문의 아이예요. 됐죠?” 그러자 여민수의 눈에는 완전히 온기가 사라졌다. 그는 바다를 다시 안아 들고 온서진의 손을 잡으며 엄숙하게 여씨 가문의 묘 앞에 섰다. “아버지, 어머니, 손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분은 아이의 엄마입니다. 뱃속에 있는 아이도 당신들의 손자입니다.” 온서진은 수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시아버님, 시어머님, 안심하세요. 반드시 이 아이를 잘 낳겠습니다.” 강우희는 멍하니 바라보다 그들이 서로를 껴안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여민수의 마음이 여전히 자신에게 향해 있을 것이라 믿으려 했던 자신이 너무 어리석다고 생각하며 웃었고 과거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갔던 시간이 핏줄의 정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자신이 너무 멍청했다고 생각하며 또 웃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