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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육정훈은 일기장에 적힌 글을 바라보면서 교복을 입고 포니테일을 한 채 햇빛 아래에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던 소녀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곧 눈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목구멍이 턱턱 막혀 와 육정훈은 깊게 숨을 들이쉰 뒤 일기장의 마지막 장을 펼쳤다. 마지막 장에는 글 대신 색연필로 그린 한 장의 소박한 그림만이 있었다. 봄날 흐드러지게 만개한 벚나무 아래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서 있었으며 그 옆에는 검은 턱시도를 입은 소년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은 채 마주 보며 웃고 있었다. 어린 필치였지만 소녀의 얼굴에 서린 행복과 소년 눈에 깃든 다정함은 그림 위로 선명하게 살아 있었다. 그림 우측 아래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 날짜를 확인한 육정훈은 마치 벼락에 맞은 듯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날은 진씨 집안에 지진이 일어나 진서인이 가족을 구하려다 척추를 크게 다쳐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바로 그 사건 있기 하루 전이었다. 그건 진서인이 마지막을 아무런 근심 없이 보내던 날 꿈꾸었던 가장 아름다운 미래였다. 진서인은 이 그림을 그리면서 벚나무 아래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육정훈과 결혼하는 미래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진서인은 지옥을 맞이했다. 진서인은 가족을 구했지만 건전한 몸을 잃었고, 뛰어다닐 자유를 잃었고, 결국에는 목숨까지 모든 것을 잃었다. 진서인이 꿈꾸던 그림 속 반짝이던 미래는 그림을 그린 바로 다음 날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림 속의 신랑이었던 육정훈은 진서인을 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결국 그녀를 절벽 아래로 밀어 넣은 동조자가 되어버렸다. “웁.” 결국 육정훈은 버티지 못하고 피를 토해냈다. 빨간 핏방울이 누렇게 바랜 일기장 위로 튀어 그 순수한 그림을 잔인하게 얼룩 냈다. 시야가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육정훈은 그대로 뒤로 고꾸라지면서 일기장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의식을 잃기 전 육정훈은 마지막으로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진서인은 휠체어에 앉아 슬픈 눈으로 육정훈을 바라보며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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