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육정훈의 메마른 목구멍에서 믿기지 않는 듯한, 거의 부서질 듯한 낮은 부름이 새어 나왔다.
육정훈은 손에 들려 있던 와인 잔이 바닥에 떨어뜨렸다. 짙붉은 와인 액체가 피처럼 번쩍이는 구두와 바짓단으로 튀었지만 육정훈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은 놀라서 모두 육정훈을 돌아보며 수군거렸지만 그는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육정훈의 머릿속에는 방금 모퉁이 너머로 사라져 버린 그 뒷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정말 서인인 걸까? 그럴 리 없어. 서인이는 분명 ... 그런데 뒷모습과 옆모습이 너무 닮았어. 설마 또 환각인가?’
육정훈은 방금 본 게 지난 5년 동안 끝없이 계속된 그리움과 죄책감이 만들어낸 또렷한 환영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거의 광기에 가까운 충동이 순식간에 육정훈의 마지막 이성까지 집어삼켰다.
육정훈은 앞을 막고 서 있던 사람들을 거칠게 밀쳐 내고는 측문 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움직임이 워낙 커서 웨이터가 들고 있던 쟁반까지 들이받아 엎어 버렸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지만 육정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서인아! 기다려!”
육정훈은 쉰 목소리로 그렇게 부르짖으며 연회장을 박차고 텅 빈 복도로 뛰어갔다.
복도 끝에는 호텔 뒷문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었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그쪽으로 달려갔지만 눈에 들어온 건 붉은 브레이크등을 남기며 밤거리의 차량 행렬 속으로 섞여 사라져 가는 검은 세단 한 대뿐이었다.
육정훈은 허무하게 호텔 문 앞까지 쫓아 나와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그렇게 그는 더는 쫓아갈 수 없는 흐려지는 목표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건 환각이 아니었다.
육정훈은 분명히 여자의 뒷모습과 옆모습을 보았다.
비록 한순간이었지만 결코 그냥 환영이라고만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설마 서인이가... 죽지 않은 건가?’
그 생각이 들자 육정훈의 가슴속에서 그 어떤 불길보다도 맹렬한 불꽃이 치솟기 시작했다.
이성은 5년 전 분명 진서인의 유해를 직접 확인하고 장례식에까지 참석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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