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육정훈이 베일에 싸인 여자 때문에 또 한 번의 광기에 빠져 있던 바로 그때 또 하나의 폭풍우가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
진명화가 감옥에서 보낸 시간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진씨 집안 딸이라는 보호막을 잃은 데다가 진기준의 은근히 신경 써 준 덕분에 진명화는 그 안에서 온갖 괴롭힘과 학대를 당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곱던 피부는 작은 흉터로 뒤덮였고 눈빛은 점차 음침하고 사나워졌다.
5년의 형기를 마친 진명화는 모범수라는 명목과 건강상의 이유로 조기 출소하게 되었다.
출소한 뒤의 진명화는 가진 것 하나 없는 폐인이었다.
아무도 진명화를 반기지 않았고 이제는 도시의 가장 지저분한 그늘에 숨어 빛을 피해 도망치는 들쥐 같은 신세가 되었다.
진명화의 마음속에는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진서인에 대한 독기와 원망으로 가득했다. 그 증오는 날이 갈수록 짙어지고 썩어가다가 끝내 가장 사악한 저주로 변해 갔다.
진명화는 마치 유령처럼 숨어서 진씨 집안의 모든 사람을 지켜봤다.
매일 강가를 배회하며 빈껍데기처럼 사는 진문철, 반쯤 무너진 회사를 짊어지고 초췌하게 버티는 진기준, 그리고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본 건 정신이 무너져 요양원에 갇힌 이정희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오후 진명화는 변장까지 해가며 경비가 허술한 사설 요양원 안으로 조용히 숨어들었다.
이정희는 그 오래된 하얀 잠옷을 품에 안은 채 창가 소파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러고는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만 멍하니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끝없이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서인아, 춥지? 엄마가 옷 더 가져올게. 서인아...”
진명화는 소리도 없이 다가가 마스크와 모자를 벗었다. 그 아래에는 증오로 일그러진 얼굴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정희는 멍한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면서 눈앞의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진명화는 천천히 몸을 굽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뱀처럼 독기 가득한 목소리로 단어 하나하나를 이정희의 귀에 박아 넣었다.
“노친네, 고작 이런 누더기 들고 꿈속에서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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