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진기준을 죽이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지만 그를 죽인다고 해서 서인이 돌아오는 건 아니다.
진기준을 죽여 손에 피를 묻힌다면 진서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들과 다를 게 없다.
그리고 진짜 범인은 과연 한 사람일까?
진문철의 탐욕, 이정희의 집착, 진명화의 악독한 마음, 진기준의 어리석은 거짓말, 그리고 끝까지 진서인을 외면하고, 속이고, 방치했던 육정훈까지, 그들 모두 공범이었다.
그들 같이 실을 한 가닥씩 잡고 한 장의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그물을 짠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한때 햇살처럼 웃던 소녀를 서서히, 그리고 완벽하게 죽음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육정훈은 손에 힘이 빠지면서 총을 떨어뜨렸다. 총은 고급 카펫 위에 부딪히며 무겁고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육정훈은 휘청이며 뒤로 물러나 차가운 벽에 기대어 주저앉아 울지도, 소리치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를 젖힌 채 공허한 눈으로 화려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뒤늦게 찾아온 진실은 구원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은 더 깊은 절망과 어둠 속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지옥에 갇혔다.
그리고 남은 생을 진서인만을 위해 목숨을 불태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육정훈의 광적인 수색은 몇 달 동안 이어지면서 도성은 왈칵 뒤집혔다. 보상금은 어이없을 정도로 높았으며 아무리 사소한 제보라도 육정훈은 직접 확인했다.
하지만 수많은 거짓 제보와 수많은 희망, 그리고 절망의 반복이었다.
결국 그날 스쳐 간 그 뒷모습은 깊은 연못에 빠진 돌멩이처럼 파문만 크게 일으키고 완전히 사라졌다.
그제야 육정훈은 미쳐가는 마음이 만든 환영이었나 의심하기 시작했다.
다시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빠지려던 바로 그때 하찮을 듯한 실마리 하나가 조용히 떠올랐다.
단서의 목적지는 개인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모여 있는 도성 북쪽의 신흥 예술지구였다.
제보자는 사적인 소규모 전시회에서 휠체어를 탄 여자 화가를 봤는데 기운이 참 독특했다고 했다. 얼핏 보니 몇 년 전 뉴스에서 봤던 진씨 가문의 비극적인 딸과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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