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저는 임하나라고 하고요, 직업은 화가예요.”
임하나의 대답은 간결하면서도 경계심이 담겨 있었다.
“혹시... 진서인을 아세요?”
육정훈은 마지막 한 줄기 희박한 희망을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임하나는 눈에 잠시 의아한 기색이 스치더니 곧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죄송하지만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네요.”
“사람을 잘못 봤다니...”
육정훈은 임하나의 대답을 다시 반복하면서 온몸의 힘이 다 빠졌는지 몸을 휘청거렸다.
가까스로 옆의 물감 선반을 짚고서야 육정훈은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엄청난 상실감과 더 거대한 고통이 해일처럼 육정훈을 덮쳤다. 알고 보니 모든 건 정말 육정훈의 환상이 만든 착각이자 잔인한 우연의 연속이었을 뿐이었다.
임하나는 순식간에 얼굴빛이 새하얗게 질리면서 절망 가득한 표정을 짓는 육정훈의 모습에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임하나는 탐욕, 감탄, 동정 등 수많은 감정이 섞인 눈빛을 봐 왔다. 하지만 이렇게 깊이 뼛속까지 스며든 슬픔은 처음이었다. 육정훈은 마치 방금 지옥에서 기어 나온 사람 같았다.
임하나는 조심스럽게 휠체어를 굴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도움이 필요해 보이시는데...”
육정훈은 고개를 들어 다시 임하나를 관찰했다. 눈앞의 여자는 진서인과 조금 닮은 구석이 있었지만 결국 완전히 낯선 사람이었다.
육정훈은 너무 허무하고 비통하여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도움이요? 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그 사람은 죽었어요. 저는 다시는... 다시는 그 사람을 찾을 수 없게 됐어요...”
임하나는 잠시 침묵하면서 육정훈의 절망하는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의 남자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임하나는 자신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내려다보고 다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은 보내줘야 해요. 남아 있는 사람이 과거의 고통 속에 갇혀 스스로를 가두면 결국 평생 갇히는 건 본인이에요.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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