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그 편지에는 진기준의 눈물 어린 참회가 가득 적혀 있었다. 처음 스스로 옳다고 믿었던 선의의 거짓말부터, 후에 이어진 수많은 비겁한 방관과 선택들, 그리고 지진의 진실을 알게 된 뒤의 붕괴까지 한 줄 한 줄이 전부 영혼을 도려내는 고백이었다.
편지의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서인아, 오빠가 너한테 갈게. 이번에는 오빠가 널 꼭 지켜줄게.”
며칠 뒤 진기준의 사망 소식과 그 유서의 내용은 등산객에게 발견되어 세상에 공개되어 또 한 번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5년 전의 스캔들과 진씨 집안의 몰락에 비하면 이 소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진기준의 사망 소식은 금세 새로운 이슈들에 덮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는 그저 또 하나의 재벌가 비극일 뿐이었다.
이 소식이 육정훈에게 전해졌을 때 그는 텅 빈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비서가 조심스럽게 보고를 마치고 그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육정훈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육정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눈빛조차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자신과는 무관한 먼 나라의 남 얘기를 전해 들은 사람처럼 육정훈은 손을 흔들어 비서를 내보냈다.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이제 육정훈 혼자만이 남았다.
육정훈은 커다란 통창 앞으로 걸어가 차갑고 번화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저무는 햇빛이 얼굴을 비추었지만 그 빛은 육정훈의 눈동자 속 황량한 빈자리를 밝히지 못했다.
진기준은 죽음을 택하고는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평생 빚진 동생 곁으로 갔다.
그것이 진기준의 속죄이고 결말이었다.
그렇다면 육정훈은 뭘 해야 하는 걸까? 과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진기준처럼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어버리면 되는 걸까?
아니, 그건 너무 쉽고 가벼운 벌이다.
죽음은 해방이자 도망이다.
하지만 육정훈은 그 어떤 해방도, 그 어떤 도망도 누릴 자격이 없는 사람이기에 살아야 한다.
제정신으로 고통을 느끼면서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
진서인의 얼굴을, 그녀의 착한 마음을, 그녀의 아픔을, 그녀가 마지막까지 품었던 절망의 눈빛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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