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시간이 흘러 수십 년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 흘러갔다.
한때 상업계에서 피바람을 일으켰던 루시스 그룹은 이제 거대한 상업 제국으로 발전했다. 그 영향력은 전 세계 산업 곳곳에 퍼져 있었다.
그리고 루시스 그룹의 수장이었던 육정훈 역시 젊은 시절의 날카로움과 잔혹함을 벗고 업계의 전설이 되었다. 육정훈의 이름은 이제 경제 기사나 대학 경영수업 사례에서만 볼 수 있었다.
유정훈은 여전히 방대한 사업 제국을 정확하게 움직이면서 냉정하고 노련했다. 하지만 은둔에 가까울 만큼 좀처럼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았다.
가끔 언론에 포착되는 모습도 잘 맞춘 어두운색의 슈트 차림에 흠잡을 데 없이 정돈된 머리, 차가운 얼굴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눈빛뿐이었다.
세월은 육정훈의 얼굴에 흔적을 새겼지만 타고난 품위와 기세만큼은 가져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세 아래에는 지워지지 않는, 뼛속까지 깊이 스며든 고독이 깃들어 있었다.
육정훈은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곁에는 여자도 없었고 스캔들조차 한번 없었다.
가끔 간 큰 파파라치들이 육정훈의 사생활을 파헤치려고도 했지만 모두 아무 수확도 없이 끝났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는 온갖 추측이 떠돌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육정훈이 오래전에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하는 거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천성적으로 차갑고 이성에 관심이 없다고도 했다. 알려지지 않은 어떤 병이 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진실이 무엇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육정훈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섬처럼 외로이 떠 있는 존재였다.
오직 오랫동안 육정훈의 곁을 지켜온 몇몇 직원들만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한없이 차가워 보이는 육정훈에게는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하나의 습관이 있었다.
매년 청명과 깊은 가을 진서인의 기일이면 육정훈은 어디에 있든, 어떤 중요한 일정이 있든 무조건 도성으로 돌아왔다.
그날이 되면 육정훈은 직접 꽃집에 들러 가장 신선하고 연약한 벚꽃을 샀다. 꽃다발이 아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낱개 꽃송이를 산 뒤 육정훈은 혼자 차를 운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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