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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또다시 지옥 끝에서 살아 돌아온 진서인은 병상에 누워 진명화의 얼굴을 떠올렸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서인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더듬었다. “너 뭐 하는 거야?” 이정희는 단번에 진서인의 휴대폰을 낚아챘다. “신고하려고요.” 진서인의 목소리는 약하지만 그 안에는 작은 고집이 깔려 있었다. “신고는 무슨 신고야! 명화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깜빡하고 액셀을 브레이크로 착각한 것뿐이야!” 진문철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진서인은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 황당하기만 했다. “잘못했으면 벌받아야죠. 어릴 적부터 저한테 그렇게 가르쳤잖아요.” “그게 같아? 명화는 아직 어려! 애라고!” 이정희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반박한 뒤 옆에서 말없이 서 있는 육정훈과 진기준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 둘도 뭐라고 말 좀 해봐!” 이정희는 진기준에게 말했다. “기준아, 명화는 네 친동생이야!” 그러고는 육정훈에게도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정훈아, 네가 명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아. 하지만 원래 네 약혼녀는 명화였어! 그거 하나만으로도 넌 명화를 감싸줘야 해!” 진문철과 이정희의 강압적인 시선에 못 이겨 육정훈과 진기준은 결국 앞으로 나왔다. 육정훈은 휴대를 되찾으려는 진서인의 손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인아, 그만해...” 진기준도 진서인의 시선을 피하면서 낮게 말했다. “서인아, 이번 일은 명화도 잘못을 인지하고 있어. 그러니까 한 번만 용서해 줘.” 두 사람의 동일한 태도에 진서인은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하하... 하하하...” 웃으면 웃을수록 주체할 수 없이 아픈 눈물이 흘러내렸다. 웃을 때마다 온몸이 떨리면서 부서진 뼈마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진서인은 가까이 다가와 진정시키려는 육정훈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남아 있던 마지막 힘을 모두 끌어모아 휴대폰을 바닥에 던졌다. 마치 산산이 부서져 다시는 조합할 수 없는 그녀의 마음처럼 휴대폰 화면도 산산조각 나며 갈라졌다. 퇴원한 진서인은 다시 진씨 집안으로 돌아갔다. 진서인은 혼이 빠져나간 인형처럼 멍한 얼굴로 표정도, 생기도 잃어버렸다. 부모님은 진서인의 표정이 어둡다며 꾸짖었고 진명화는 일부러 브레이크를 헷갈린 척하며 가식적인 죄책감을 내비쳤다. 육정훈과 진기준 역시 진서인더러 도량을 넓히라며 옆에서 타일렀다. 진서인은 이제 말할 힘조차 없을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몸의 통증은 점점 심해졌으며 암 말기 증상이 진서인의 몸을 미친 듯이 갉아먹었다. 목구멍에는 늘 쇠 녹 냄새 같은 피비린내가 올라와 차라리 바로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진서인이 구역질과 목구멍으로 밀려오는 피비린내를 억누르고 있는데 옆에서 갑자기 진명화의 날카로운 비명이 터졌다. “아빠, 엄마, 천식이 발작... 했어요...” “명화야!” “빨리 병원으로 가자!” 순식간에 다들 혼비백산하며 진명화를 둘러싸고 달려들었다. 그들은 서둘러 진명화를 병원으로 옮기면서 아무도 옆에서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틀대는 진서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모두가 떠난 뒤 진서인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입안 가득 피를 토해냈다. 진서인은 떨리는 손으로 상비하고 있던 진통제를 꺼내 입에 마구 털어 넣었다. 하지만 암 말기 통증 앞에서는 약의 효과는 새 발의 피였다. 통증은 완화되기는커녕 더 심해졌으며 곧 불타는 칼날이 온몸을 헤집는 듯했다. 진서인은 자신의 시간이 다 되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이렇게 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게 오히려 더 고통스러우니까 말이다. 진서인은 휠체어를 힘겹게 움직여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혼자서 밤을 틈타 도성시를 가로지르는 강으로 향했다. 밤바람이 차갑게 진서인의 얼굴을 스쳤다. 진서인은 어린 시절 자신을 어깨에 태우고 웃던 부모님의 모습, 손을 잡아주며 걸음마를 가르치던 진기준의 모습, 그리고 벚나무 아래서 귀가 빨개지던 육정훈의 모습을 떠올렸다. “서인아, 나중에 커서 우리 꼭 결혼하자.” 그 모든 밝고 따뜻했던 순간이 지금은 가장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진서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강가에 도착한 진서인은 검게 소용돌이치는 물결을 바라보며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진서인은 마지막 힘을 짜내 휠체어에서 몸을 굴러 내렸다. 그러고는 아무런 미련도, 미움도 남기지 않은 채 차갑고 깊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강물은 단숨에 진서인을 삼켜버렸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전신을 감쌌지만 이상하게도 살을 에는 듯한 통증은 조금씩 사라졌다. 진서인의 의식도 그 차갑고 깊은 강물 속에서 서서히 흩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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