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7화
그녀는 사실 줄곧 그들의 대화를 몰래 듣고 있었다. 배가은이 그녀 때문에 이혼하겠다고 하자 갑자기 충격을 받고 다리가 이유 없이 후들거리며 문에 기대었는데 무심코 문이 닫힌 것이다.
박지훈은 뼈마디가 선명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돌려 자신을 보게 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알면서 왜 묻는 거야?”
박지훈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을 듯 말 듯할 정도로 가까워지자 그녀의 심장은 다시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성유리는 마른 침을 삼키고 물었다.
“박지훈 씨, 배가은 씨가 이혼하신다는데 박지훈 씨 뜻 대로 됐네요?”
박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유리는 재빨리 그의 손에서 벗어나 고개를 돌린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박지훈도 몸을 일으키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유리는 그의 옆을 지나가며 또박또박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면 제때 잡아야 해요. 한 번 놓치면 평생 후회할 테니깐요.”
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성큼성큼 문을 향해 걸어갔다.
박지훈은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흘끗 보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떠올렸다.
몇 초 후에야 그녀의 말뜻을 이해한 것이다.
‘나와 배가은의 관계를 오해한 건가? 그렇다면 이건 좋은 일이 아닐까?’
성유리는 그의 사무실을 나선 후 바로 떠나지 않고, 화장실에 들렀다.
화장실에서 나올 때 거울에 비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는데 바로 배가은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극도로 음침했고 성유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원한이라도 품은 듯했다.
아마 배가은은 서둘러 떠나지 않고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성유리가 박지훈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것을 본 모양이었다.
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돗물을 틀고 고개를 숙여 손을 씻었다.
왠지 모르게 박지훈 때문에 이혼하겠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계속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성유리 씨, 당신과 지훈이는 도대체 무슨 관계죠?”
배가은은 빠르게 다가왔는데 눈빛에는 섬뜩한 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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