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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박진우가 박강훈을 데리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내가 입원한 건 어떻게 알았어?” 성유리는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병원에 아는 친구가 있는데 네가 응급실로 실려 왔다는 소식을 듣고 강훈을 데리고 왔어.” 박진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너는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네 주제를 알고 움직여. 보육원에 경비원이 없었어? 꼭 네가 나서서 사람을 구해야 했냐고?” 그 말에 주변 공기마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했다. “박진우 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진미연이 재빨리 일어나 병상 앞에 서더니 성유리의 편을 들며 소리쳤다. “성유리가 도착했을 때 경비원은 오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안에 갇혔는데 그냥 지켜보기만 하라는 거예요?” “내 말은, 본인 스스로도 구할 능력이 없으면서 목숨까지 걸었잖아. 결국 직원들만 더 번거롭게 만들고.” “맞아요!” 박강훈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엄마는 원래 소심하고 겁도 많은 사람인데 왜 중요한 순간에 말썽만 부리는 거예요?” 이 말에 성유리는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목숨까지 위태로웠는데 이 두 부자는 사람을 보자마자 걱정은커녕 끝없는 비난과 꾸짖음뿐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네... 소심하고 겁이 많다니. 아들이 엄마를 그런 단어로 묘사하다니...’ 오랜 시간 동안 아들 눈에 성유리는 그런 존재였던 모양이다. “소심하고 겁이 많다고? 네 엄마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아이를 구했는데 그런 말이 나와?” 미간을 찌푸린 진미연은 얼굴에 분노가 서렸다. “박강훈, 엄마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진미연을 노려본 박강훈은 그녀의 기세에 눌려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왜 갑자기 애에게 화를 내고 그래?” 박강훈을 재빨리 자신의 뒤로 숨긴 박진우는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진미연을 바라봤다. 진미연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냥 사실을 말한 거예요. 성유리가 두 사람 같은 부자를 만난 게 팔자에 없는 재수였지!” 그 말에 화가 난 박진우는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박진우와 성유리의 결혼을 진미연은 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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