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화
맞은편에 앉아 있던 진미연도 자연스럽게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박지훈.]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진미연이 입을 가리고 살며시 웃었다.
“박지훈 씨랑 무슨 텔레파시라도 통하는 거 아니야?”
성유리가 그녀를 팔로 살짝 치며 말했다.
“장난치지 마.”
그러고는 휴대폰을 들고 일어나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그날 2층에서의 미묘했던 기억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녀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
“박지훈 씨, 제게 무슨 일이세요?”
“내일 할아버지 검사하는 날이지?”
전화기 너머의 남자 목소리는 굵고 무거웠지만 특별한 감정은 읽을 수 없었다.
성유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몇 시 쯤 갈 예정이야?”
그 한 마디에 성유리의 심장은 마치 한 박자 놓친 듯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서 그와 마주치는 게 정말 두려웠다.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아침일 수도 있고, 오후일 수도...”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지훈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구체적인 시간을 알려줘.”
“박 대표님, 할아버지를 뵈러 가려는 거예요? 제가 할아버지 건강 검진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언제든지 가서 뵐 수 있으실 텐데요.”
“너를 만나고 싶어.”
남자의 목소리는 깊고 무겁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흘러나왔다.
성유리의 윗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가 이렇게 직설적인 말을 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이 순간 그가 왜 부진원과 친구가 될 수 있었는지 갑자기 이해가 됐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결국 입을 열었다.
“저녁에요.”
“그럼 아까 나한테 오전 아니면 오후라고 대답한 건 일부러 네가 갈 시간을 피한 거야?”
박지훈의 목소리에는 불쾌함이 묻어났다.
“성유리, 그렇게 나를 만나고 싶지 않아?”
“아니에요. 박지훈 씨가 너무 쓸데없는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전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요.”
성유리는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끊고 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감정을 추스른 후에야 겨우 마음을 가라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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