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9화
박지훈의 말투는 지극히 부드러웠지만 성유리의 마음은 조마조마하기만 했다.
“성유리, 성유리...”
욕실 문을 열자 진은주의 목소리가 더욱 선명히 들렸다.
성유리는 박지훈을 다급히 발코니로 밀어낸 뒤 커튼까지 쳐버렸다.
상대방이 맞은편 발코니로 넘어간 것을 확인한 후 옷매무새를 다듬고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딸깍.
문을 열자 진은주가 어두운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뭐 해? 이렇게 오래 두드렸는데도 열지 않고?”
진은주는 방안을 힐끔 둘러본 뒤 성유리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성유리가 말을 하려는 찰나 옆방 문이 갑자기 열리며 박지훈이 문턱에 기댄 채 깊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형수님, 왜 이렇게 시끄러워요?”
빠르게 고개를 돌린 진은주는 박지훈을 본 순간 멍해졌다.
“도련님도 왔어요?”
“아버지 보러 왔습니다.”
박지훈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막 자려고 하는데 형수님 때문에 깼네요.”
성유리는 긴장된 표정으로 박지훈을 바라보았다.
그가 말한 ‘잠’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성유리는 잘 알고 있었다.
“아직 저녁도 아닌데 벌써 자려고요?”
진은주가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
“유리 불러서 같이 식사하러 가려고 했는데.”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요?”
박지훈이 담담한 어조로 말하며 성유리를 바라봤다.
“조카며느리, 그렇지 않나요?”
안 그래도 긴장하고 있던 성유리는 박지훈의 질문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입꼬리를 살짝 올려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작은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
“돌아왔으면 같이 식사하러 내려오세요! 진우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요?”
박지훈이 무심한 듯 대답했다.
“조카도 아직 안 갔군요.”
말투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성유리는 조금 전 그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박진우가 돌아왔다면 이 숨기고 있는 관계가 순식간에 드러났을 것이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성유리는 바로 1층으로 내려갔다.
박철용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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